전철을 타고 멍하니 다른 도시로 가다가 익숙하지만 낯선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골.프.연.습.장.
내가 대학을 다닐 때부터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골프와 스키 열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전공에서도 레저에서도 이 두 스포츠에 취미를 붙이지 못했습니다. 허무하게 미끄러져 내려올 산에는 뭣하러 돈들여서, 그리고 찬바람 맞아가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지도 모르겠고, 쥐구멍만한데 돌맹이 하나 넣어보겠다고 갖은 폼 다 잡아가며 애 쓰는 짓도 왜 하는지 도통 모르겠었습니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골프 프로요, 스키 강사였지만 또는 나도 알바로 일을 가끔 했지만 이 두 스포츠에 매진하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동급생 또는 선후배들 중에 골프장 하는 집에 시집가는 사람이 있으면 부자집에 갔나보다 상상만 했었죠. 돈 좀 있는 사람들이 한때 땅을 사서 골프연습장을 짓고, 수년 주기로 비싼 녹색 그물을 바꿀 때는 본전을 뽑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한국 팔도 골짜기마다 그물 걸친 골프 연습장이 줄기차게 생기고, 어지간한 산의 나무는 다 뽑아서 골프장, 스키장을 만드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뭔가를 했다하면 국토의 모양을 둔갑시키는 무서운 열풍 속에서 유행에 전혀 비틀거리지 않고 살았던 나...
문득, 전철 안에서 바라본 골프연습장은 독일에서 처음 보는 골프연습장이었습니다. 집 근처의 산에 골프장(18홀 필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아주 멀리 보이긴 합니다), 생각해보니 골프 스윙 연습장은 처음 보네요. 우리와 같은 인구조밀 땅덩어리에 지은 골프연습장과는 전혀 다른 한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0초 정도 지나친 장면이 꽤 긴 여운을 남겼답니다.
이런 한가함이라면 골프가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물에 걸어둔 됭그라미 표적을 향해 스윙하지 않아도 되고, 퍼팅 연습 또한 가능하게 꾸며져있는 것을 보니... 역시 골프는 유럽의 잔디에 어울리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다 제가 스코틀랜드 아저씨들의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어느날 골프치러 나다니는 것은 아닐까요? 제가 그럴리야 있겠습니까만은 국민스포츠가 되어버린 한국인의 골프 사랑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후배가 자신을 '교통경찰관'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홀마다 시간이 길어지는 팀을 퍼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음 홀로 보내서 회원'님'들이 특정 홀에서 겹치거나 밀리지 않도록 정리하는 역할이지요. 수십 만원씩 내고 가는 필드에서 그렇게라도 골프를 쳐야하는지를 추궁하듯이 따지다가 제가 그때 잘라 말했습니다. "그게 골프냐? 서로 서로 폼 재러 나간 꼴이지!" 모두가 스포츠를 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신분상승으로 착각하는 필드가 아니라 스포츠 본연이 주는 그 매력에 깊이 빠지기를 바래봅니다. 스키도, 골프도 모두... 천천히 산책하듯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것을 잊지맙시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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