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공사의 계절

스콜라란 2011. 8. 7. 06:57

 

   약 40일 전부터 바로 앞집이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건물에 그대로 한겹 덧대는 공사였는데요, 이 공사 때문에 지난 7월 내내 아침마다 짜증이 났었습니다. 아침 7시가 되면 공사가 시작되어, 늦게 일어나는 저를 아주 괴롭혀줬지요.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그냥 즐기기로 하고, 1주일에 두어번 정도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중학생 때 저희 집이 증축을 했습니다. 주택가 1층을 두고, 위에 2층을 올린 것이죠. 그때 집을 얼마나 허술하게 짓는지 여실히 봤습니다. 부친께서 건축비를 줄이려고 했던 것인지, 건축하는 인간들이 사기꾼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내벽과 외벽 사이의 스트로품이 정말 허접하게 들어가더군요. 두터운 것을 빽빽히 넣지않고, 얇은 것이 끼워지는 꼴을 제가 보고야 말았습니다. 주요 놀이터 중 하나가 옥상이었기 때문에 제가 많이 어슬렁거린 덕분에 문제점을 목격하였죠. 그리고 집이 정말 추운 것은 창틀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두겹으로 된 창틀을 하면 뭐하나요. 바람이 다 새어들어와 일명 '우풍'이라 하는 바람이 겨울을 엄습했습니다. 기타 등등... 건축이란 정말 예술이자, 삶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일이므로 그냥 헛되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앞집은 지붕 밑 집까지 포함해서 약 6가구가 사는 꽤 큰 집입니다. 우선 인부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철재 구조물로 집을 둘러쌌습니다. 그리고는 지붕 공사회사와 외벽 공사회사 각자의 광고판을 붙이는 것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집 전체 둘레를 매우 두꺼운 스티로폼으로 붙였습니다.

   인부 아저씨의 흰색 작업복은 어둡지 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우리의 일명 노가다판은 황토색 아니면 회색 작업옷 투성인데, 이곳 독일은 작업장에 관계없이 흰색 작업복도 많이 입는 것 같았습니다. 눈에 띄라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아보였습니다. 외출하지 않았던 어느 날은 창 너머로 스트로품을 틈틈히 붙이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관찰했습니다.

 

 

 

 

   낮 12시와 2시 사이 그리고 오후 5시가 되면 공사장은 조용해집니다. 모두들 확실하게 쉬며 먹거나 또는 퇴근한 것이죠. 인부들과 같은 눈높이의 창문이어서 낮에도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있다가 어느덧 조용해졌길래, 블라인드를 다시 올려서 밖을 내다보고는 혼자 웃고 말았습니다. 아휴~ 위에 조금 남은 부분까지 다 붙이고 가시지... 5시 딱 됐다고 남겨둔 것입니다. 공사장의 정시 퇴근!! 문화 차이겠지요? ^^

 

 

 

   약 1주일 정도가 지나자 매일 아침마다 기중기가 와서 자재를 위로 올려줬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아주 아주 시끄러운 아침을 맞이해야 했지만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인부들이 들쳐업고 3층 높이의 옥상으로 날랐을텐데, 많은 소음의 기중기가 매일 와서 올려놓고 가더라는 것이죠. 사람들이 직접 올리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았지만, 아침 7시 정시에 시작해서 열심히 올려놓고는 제가 시끄러운 나머지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외출하는 오전에 사라집니다. 우째 이리 타이밍도 절묘하던지... 참~나!

 

 

   

 

 

   그렇게 시끄러운 기중기 소음 속의 날들이 지나고 지붕이 다시 덮혔습니다. 기존의 기와를 그대로 두고, 위에 다시 한겹 더 덮은 것이죠. 독일 기와의 두께는 아주 얇습니다. 어떤 집들은 기와가 돌이 아니고 플라스틱 같은 것이 아닐까하고 혼자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다시 건물 외벽으로 돌아와서... 스티로폼으로 틈틈히 덮힌 외벽을 시멘트로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저의 설마가 시작됐지요. 스트로폼 밖으로 다시 벽을 쌓을 것이라는 저의 상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우리나라의 벽돌식 주택가는 분명이 그렇게 짓었는데 말이죠. 이 집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두꺼운 스트로폼 위에 그대로 쥐색의 시멘트를 바르더군요.

 

 

 

 

   마지막으로는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그런데 이 집... 외관이 더 촌스러워졌습니다. 깨끗하게 색은 발랐으나 창의 흰색 틀과 밑둥의 카키색 배열은 정말 아니다싶네요. 그래도 겨울에는 더 따뜻해질테니, 부럽슴당~

 

 

 

 

 

   이 나라에서는 여름이 보수공사의 계절인가 봅니다. 비가 많이 내려도 별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시내에도 큰 건물들의 외관 개보수 공사가 많았습니다. 건물이 클 수록 수시로 공사하기 바쁜 것 같아요. 집이 크면 안에 채울 것이 많이지듯이요. 크건 작건, 어느 공사장에서도 외벽에는 많은 광고판이 붙어있었습니다.

 

 

이 학교 입구의 작은 헬름홀츠 표지는 떼어졌네요.  끝나면 다시 붙여놓을지 지켜보겠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유럽, 좋은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구하기 프로젝트  (0) 2011.08.13
골프연습장  (0) 2011.08.10
서늘한 여름, 닭먹기  (0) 2011.07.20
놀이터 속 추억  (0) 2011.07.13
노트 속 '그' 헤름홀츠(Helmholtz)  (0) 2011.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