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서늘합니다. 한번씩 검은 구름이 몰려와 억수같이 비를 뿌리고는 사라집니다. 먹구름과 파란하늘을 교차하여 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왜 이 나라의 식당이나 가정집에는 에어컨이 없어도 되는지를 이해해가는 중입니다. 밤에는 전기장판을 끌 수가 없습니다. 어느새 한기가 들어 눈을 떠서는 전기장판의 뜨거움 정도를 올리고는 다시 잠이 듭니다. 어제는 보일러까지 틀었으니까요. 그러다가도 한번씩 아주 뜨겁게 더운 날이 옵니다. 썬크림에 무심한 저에게도 날이 너무 뜨거워 그늘을 그늘을 찾아들게 됩니다. 햇볕을 찾아 드러눕는 이곳 사람들과 달리 저는 눈이 부셔서라도 그늘을 찾게 됩니다.
언제가 초복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지난 주말, 오랜만에 뜨거운 날에 강 건너 동네로 닭을 먹으러 갔습니다. 슈퍼에 가면 삼계탕을 끓일 재료들은 즐비하나 제 손으로 무슨 맛을 내겠다고 시도하겠습니까. 생각난 김에 오후 느즈막히 닭이라도 먹기로 했습니다. 닭의 모양이 고스란히 보여지는 그런 닭이요...
라인강을 건너는 배를 탈 때마나 뜨끔한 얘기지만, 집 근처의 산 중턱에 있는 성에 아직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당췌 게으르고 귀찮아서... 반성 좀 하라는 듯이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흘끔 저를 보는 듯 합니다.
그들의 눈길을 피해 남은 짧은 시간에 배에 달린 독일 국기를 뚫어져라 보면서 이곳 생활을 근본적으로 고민도 하였습니다. 요즘 생각이 많아져서 답답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즐기려고 노력하는데도 뭔가 시원치않은 느낌이 감지되네요.
강 건너편(Bonn 아래) 바드 고데스베르그(Bad Godesberg)라는 동네의 괜찮은 주택가를 지나 열심히 걸으면 이곳 시내가 나오는데 여기는 아랍계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다들 이곳에 정착을 했는지 닭을 먹는 내내 창밖으로 끊임없는 그들의 발걸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로지 눈만 빼곰히 내놓고 다니는 검은 옷의 여자들을 보면 저는 아직도 깜짝 깜짝 놀랍니다. 닭 먹으로 가는 아랍인의 식당은 장사가 꽤 잘되는 곳이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닭 반마리 세트를 시켰는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못먹는지라 또 감자튀김은 거의 남기고 말았지요. 삶은 계란은 한 자리에서 여러 개를 먹어도, 계란 후라이는 하나 이상 못먹겠는 이 체질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모든 튀김 음식은 보는 것 만으로도 반은 질려가지요. |
배 부르게 먹은 후 근처 극장 앞 광장에서 오랜만에 영화 간판을 째려봅니다. 쉴럼프가 어떻게 우리에게는 '스머프'가 되었는지도 궁금해 하면서 독일어가 들리던 말던 개봉하면 스머프 영화나 봐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BMX 자전거로 줄기차가 점프를 하던 애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또 빠집니다. 뭐를 하던 경지에 오르는 맛이 있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아트의 경지에 오른 무엇이 없었다는 인식이 밀려오고,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런 예술의 경지까지 간 아이템이 있기도 한것 같고. 후~ 앞으로 살며 뭐든지 좋아서 빠지는 일이 생기면 예술의 단계까지 가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말 나온 김에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BMX를 예술로 타는 동영상이 있으니 꼭 감상해보기실! 링크 화면의 제일 밑으로 내리면 멋진 모습의 괜찮은 뮤직비디오?!
http://en.leica-camera.com/photography/compact_cameras/v-lux_30
어김없이 드는 느낌이지만 이곳 노을은 언제 봐도 참 예쁩니다. 공해가 덜해서 그런가, 위도가 조금 높아서 그런가... 주중 몇 번씩 전철을 타고 강을 건너는 저녁 9~10사이의 라인강 노을도 참 예쁘더군요.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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