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독일 행정, 참 느리지만 정확하긴 하다.

스콜라란 2011. 6. 20. 07:14

 

   독일 행정, 참 느립니다...

   제 여권은 여기 있는 시간의 반 동안, 이곳 시청과 외국인청에 가있었습니다. 남의 여권을 그렇게 오래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공무원들은 어느 나라다 다~~ 바빠서 민원인을 생각도 안하는지. (우리나라의 민원이 많이 빨라진 것은 절대 인정!)

   요즘, 여권이 필요한데 그냥 기다려야 하나, 몸소 움직여야 하나를 고민 중입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자주 다녔던 전철역이 임시로 되어있었습니다. 나무로 플랫폼만 만들어놓고, 영업을 했더랬지요. 그런데 관찰한지 4개월이 지나도 공사에 큰 진척이 없는 것입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역을 새로 짓는 것 같은데, 그리고 제게 보기에는 우리나라였다면 1주일만에 끝냈을 공사를 한참을, 한참을, 한참을 끕니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이 역을 다니면서 오늘은 얼마나 변했나를 구경하는게 재미였지요. 틀린 그림 찾기라고나 할까요?  "어! 파란색 띠로 칠했네. 어, 게시판 세웠네." 등등.

 

   새롭게 오픈한 역은 유리 뚜겅 하나 달랑 덮인 역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옆의 임시 나무 플랫폼을 없애는데 또 일주일이 넘게 걸렸구요. 하루 이틀이면 다 부셔서 없애겠더만 오래 걸리더군요.

 

 

 

 

 

   한달 반 전에는 여기서 ICE를 탔다가 기차가 고장나서 전 승객이 모두 내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르고 식당칸에 있다가 어느 독일사람이 내려야한다길래 얼떨결에 같이 내렸죠. 사람들의 긴 행렬 틈에 끼여 걸어가면서도 무슨 상황인지 몰랐습니다. 한 곳을 향하여 가보니 독일철도청에서 긴급히 마련한 버스가 대기 중이었습니다. 그 버스로 저의 목적지 역까지 데려다줬습니다.

   그런데 그 버스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독일철도청 우편봉투를 들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봉투와 그 안의 서류가 무엇이었을지 궁리했지요. 환불 신청서가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독일철도청의 대표메일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내용이 길 필요도 없지요.

"내가 그 기차 탔다. 고장나서 내린 후 기다리던 버스 탔다. 그런데

이거 돈 돌려받을 수 있는거니? 남들은 서류 하나씩 들고 있던데."

 

   며칠 지나서 정말 이메일로 답장이 왔습니다. 어디든, 뭐든, 이상한 독일어로 물어봐도 느리긴 해도 답장을 꼭! 해줍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뢰가 생겨서 저는 어디든 궁금하면 이메일을 보냅니다. 독일철도청에서는 니가 탔다는 것을 증명하는 승차권과 구입영수증을 보내다고 하더군요. 그리하여 이번에는 우편으로 보냈지요. 봉투안에 승차권을 넣고, 다시 메일을 짧게...

"내가 자판기에서 현금으로 샀다. 그래서 카드구입 영수증은 없다."

(현금으로 구입했다는 말이 승차권에 표시됨)

 

   또 며칠을 기다리니 이메일이 다시 와있었습니다. 너의 우편물은 잘 받았으니 통장번호와 은행코드를 알려달라는 요지였지요. 또 저는 메일 씁니다. 그리고 알려줄 것 다 알려줍니다. 그런데, 20여일이 지나도록 입금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또 이메일을 씁니다.

"나는 매일 통장을 확인하고 있다. 언제 입금해주니?"

 

   그리고는... 지난 주에 독일철도청에서 보낸 우편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편지가 길게 써있더군요.

'우리가 너의 통장으로 현금을 입금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에 상응하는

20유로짜리 상품권(der Gutschein, 굿샤인)을 보낸다. 그날 기차가 고장나서 못간

구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거부하지 말고, 꼭 받아달라.'

 

   장난삼아서 거부의 이메일을 보낼까하다가 말았습니다.

"안된다, 나는 꼭~ 현금으로 받고 싶다."

 

  느리긴 해도 독일애들 정확합니다. 확인할 것 확인하고, 타당한 지들만의 이유를 들이대고, 그간의 경과도 알려주고. 이것이 독일 시스템인가봐요. 그래서 얘네들한테는 메일(편지)을 쓰는 작문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형식은 어찌나 잘 짜여져있던지... 날짜, 호칭, 인사말, 본론, 결론, 다시 인사, 싸인.

   제가 받은 독일철도청의 우편에는 외국인이어서인지 영어로 편지를 썼습니다. 호칭을 '미쓰'라고 안하고, '결혼한 여자'로 표기한 것 빼면 다른 상황 설명은 괜찮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많이도 써있습니다.

 

 

 

   편지 쓰는 작문 연습을 열심히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틀을 만들어두면 계속 쓸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제가 이곳 시스템에 적응을 해야겠지요?!

 

[ 느리고, 절차를 따지지만 정확하다! ]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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