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독일 우체부

스콜라란 2011. 2. 28. 06:28

  

   독일에 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습을 말하라면 저는 우체부를 꼽겠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편배달부(Brieftr"ager, 브리프트레거) !! 

   그들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우리나라의 야쿠르트 아줌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근무일(평일)에는 하루에 한번쯤 보게 되는 이들의 연령대는 남녀노소인 것 같습니다. 어떨 때는 매우 어린 사람이, 어떤 때는 나이 지긋한 어른이 배달을 합니다. 동네 집집마다 다니는 우체부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데 우편배달 전용으로 보조 바퀴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그냥 세워둘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가끔은 수레 같은 것을 끄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앞뒤 가방에 매우 많은 편지를 다 배달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궁금해집니다. 독일은 여전히 우편 시스템이 너무 발달해 있어서 뭔가를 신청하면 많은 우편물들이 집에 도착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이곳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나니, (1) 개설해서 감사하다는 우편물이 도착했고, (2) 인터넷 뱅킹 안내문이 오고, (3) 폰뱅킹 안내문도 따로 오고, (4) 체크카드가 날아오고, (5) 인터넷 뱅킹으로 이체시 필요한 비밀번호가 또 오고... 이런 식으로 전기, 가스 회사 등에서도 갖가지 우편물을 받아봤습니다. 서류가 매우 중요한 사회라고 하니 작은 계약서라도 모두 잘 보관해 두고는 있습니다. 

 

   독일 우체국(Deutsche Post)을 상징하는 색상이 노란색이었다는 것도 독일에 와서야 처음 알았고, 전세계 물류유통회사인 DHL이 독일 우체국 것이라는 것도 독일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아무튼 독일 우체국과 관련된 것들은 모두 노란색입니다. 우체부의 복장, 그들의 자전거와 가방, 수레... DHL 차량과 우체국의 각종 차량들 모두 노란 세상입니다.

 

 

 

 

 

   저의 눈에 독일의 우체부들은 매우 근면해 보입니다. 항상 우편물을 꽂으러 오고, 여기 저기 걷고, 이동하는 모습을 자주 볼 때마다 나도 좀 부지런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타고난 근성이 쉽게 없어지질 않네요. 맑으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들의 모습과 이들의 차량을 익숙하게 볼 수 있습니다. 조용해서 정지해 있는 듯한 독일 사회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이들이 바로 독일 우체부들입니다.

   제가 부재 중이어도 흔적없이 그냥 가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노란 딱지를 우체통에 넣어두고 가는데 거기에는 언제 왔었고, 저의 우편물을 몇시부터, 어디로 찾으러 오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가끔 동네 우체국에 가보면 저 처럼 노란 딱지를 들고 우편물을 찾으러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의 발달로 체신청이 지난 70~80년대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은데 이곳의 우체국은 매우 세련되 보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해도 우편물은 그 나름대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체국 어디든 노란색으로 간판 또는 입구를 만들어서 눈에 잘 띕니다. 맞이하는 직원들도 깨끗한 옷을 입고, 친절히 응대합니다. 저야 뭐 특별이 할 말도 없고, 그냥 항공우편(Luftpost, 루프트포스트)으로 라는 말과 얼마나 걸리는지만 묻고 옵니다. ^^

 

 

 

   그러나 단점은 DHL의 경우 물건을 살살 다루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도 한국에서 보낸 박스가 많이 찌그러져서 도착했고, 안의 물건도 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국가 간 택배의 경우에는 알아서 포장을 잘 해야겠습니다.

 

 

 

 본(Bonn)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우체국 건물(Post Tower)

 

 

 

 

 

   이렇게 우편 문화가 건재하다보니 동네 곳곳에 있는 우체통들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저는 체신청의 빨간 우체통에 우편물을 넣어본지 20년은 된 것 같습니다. 요즘은 빨간 우체통 안이 거의 쓰레기라고 하지요! 사람들은 왜 그곳에 쓰레기를 넣는 것일까요? 참 알 수 없는 인간들입니다. 이렇다보니 한국의 우체통을 믿지 못해서 작은 우편물도 꼭 우체국을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독일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 우체국에서 나와 우편물을 수거해가고 있으며, 우체통에는 몇 시에 수거하는지를 기록해 둡니다.

 

   어디를 가도 노란색 독일 우체국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우체통, 우체부, DHL차량, 우체국. 이것들 중 하나라도 안보며 사는 날은 없는 것 같네요. 독일 우체부들 처럼 저도 내일부터 좀 부지런히 살아야겠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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