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건을 소중히 오래 쓴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물건들이 대물림이 되면서 더 빛을 발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제 주변에 그런 것이 있었나하고 생각해보니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오래된 물건을 집에 재어 놓는 경우도 많은데 제가 오늘 이런 물건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관리를 잘 해서 세월을 비껴간 듯... 물건 자체가 명품이 되는 것을 보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얼마 전부터 눈여겨 보게 된 차가 있었습니다. 오고가는 길가에 가끔 주차가 되어있는데 몇 년식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모양과 내부 인테리어로 봤을 때 아주 오래된 차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혹시나하고 카메라를 챙겨나갔는데 그 차가 있더군요. 맑은 날에는 차 표면의 붉은 색이 어찌나 진하고 예쁘게 보이던지... 혹시 차 주인이 건물 안에 있을까봐 차 안을 자세히는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흘낏 흘낏 보면서 느낀 점이 적어도 30년은 됐을거라고 짐작만 해봅니다. 가는 핸들과 머리받이가 없는 좌석, 단조롭지만 당시에는 꽤 고급이었을 듯한 인테리어. 차 관리를 어찌나 잘했는지 외부는 윤이 날 지경입니다. 차 주인이 정말 부럽네요. 한국에서 자동차를 10년 이상 타기 어려운 이유는 새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도 있겠지만 기분 더럽게도 차를 만드는 대기업에 그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차가 나온지 10년 정도 지나면 차의 부품을 쉽게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나중에는 부품 교환이 힘들어서라도 소비자가 차를 바꿀 수 밖에 없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은 몇 차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방영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외국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은 수십년이 지난 차의 부품도 주문하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차를 오래 타게 하는 비결이 아닐지요?
아무튼, 오늘 이 차를 보게 되어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볼보(Volvo) !! 독일에 의외로 독일 차가 많지 않습니다. 저는 거의 모두 벤츠, BMW, 폴크스바겐 같은 독일산 자동차들이 돌아다닐줄 알았는데 세금 및 유지비용 때문에 경차(독일, 일본, 미국 등)가 가장 많으며, 우리나라 처럼 새 차들이 거리를 활보하지 않는 것도 놀랍습니다. 한국 강남에서보다 이곳 독일에서 벤츠나 BMW 신차를 덜 보며 삽니다. 이래 저래 한국은 참~~ 부자입니다.
지난 주에 독일어 선생이 책가방에서 책과 볼펜 등을 꺼내면서 '몽땅' 연필을 책상 위에 던지듯이 올려 놓고는 지긋히 웃었습니다. 저도 그 모습을 보며 웃었더니, 남자 선생이 저를 보며 하는 말이 '독일 사람들은 매우 절약합니다'입니다. 그러면서 몽땅 연필을 많이들 사용한다고 하네요. 귀엽더군요. 독일에서 오래 쓰는 것 중의 1등은 집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곳에서 오래된 집은 100년 이상 된 것을 말하며, 그 이하는 오래된 집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1차 세계대전 이후로 건축양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전에 지은 집들, 그러니까 100년 전과 그 이후의 집들 간에는 차이가 있다네요. 그러므로 건축 양식이 바뀌기 전의 집이 오래된 집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집들은 거의 모두 100년 이상된 집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무 격자무늬의 기둥을 세워서 지은 집들은 사진에서와 같이 외관이 흰색과 검은색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한적한 주택가를 다니다보면 이런 집들이 꽤 많지요. 창 틀이나 내부만 수리를 해서 지금까지도 보통의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한국에서 100년 이상된 건물을 보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인데요... 이곳 주택가에서는 벽이나 대문 위에 집이 지어진 연도를 숫자로 써놓은 건물들이 꽤 있습니다. 아래 골목은 제가 가끔 지나다니는 곳입니다. 어느날 집 안의 마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위를 유심히 보니 숫자가 1798... 1층 치과가 들어선 곳은 겉 부분까지 모두 수리를 한듯한데 어찌되었건 이 집은 200년도 넘었습니다. 존경 !!
끝으로 제가 매우 귀여워하는 차는 3륜차입니다. 얼마나 시끄러운 모터음을 내면서 당당하게 천천히 달리는지 모릅니다. ^^ 6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에는 이런 차가 있었다는데 저는 독일 와서 처음 봤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차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196~70년대에 돌아다녔음직 하지요. 이곳에서는 영업하는 사람들이 가끔 끌고 다닙니다. 동네 안경가게 앞에도 이런 차가 세워져 있고, 학원 앞에도 낮에 커피 파는 아저씨가 끌고 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장남감 같고, 특별히 조작할 것도 없어보입니다. 도로를 같이 달린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여기는 자동차의 나라 맞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 유럽, 좋은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카네발(Karneval) 코스튬 (0) | 2011.03.04 |
---|---|
독일 우체부 (0) | 2011.02.28 |
우리와는 너무 다른 주거환경(공동묘지) (0) | 2011.02.01 |
한겨울 푸른 잔디 (0) | 2011.01.31 |
신호등과 신호준수 (0) | 2011.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