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동네에 공동묘지가 있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본까지 오는 동안에도 창 밖으로 주택가 옆의 공동묘지를 여러번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했지요. 예전에 봤던 '헤르만 헤세'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헤세의 묘지가 매우 서민적인 곳에 작게 위치해 있어서 의아했었습니다. 독일인이지만 스위스에서 살고 싶었던 헤세는 스위스의 마을 공동묘지에 묻힘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마을 옆 공동묘지 담벼락 바로 아래에 그곳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있는 소박한 헤세의 무덤이 더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제가 얻은 방의 주인은 저에게 공동묘지가 그리 가깝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제와서 제가 문제삼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동네에도 역시 가까운 곳에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전철역이나 슈퍼마켓에서 집을 오가는 동안에는 볼 일이 없지만 동네를 둘러보러 일부러 산책을 나가면 자연스레 그 길을 지나게 됩니다. 저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이 공동묘지의 펜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두어번 보게 되었습니다. 가족인지는 모르겠으나 죽은 사람을 보러 가는 것입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이것도 괜찮다 싶었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100년 넘은 주택도 많고, 투기 목적의 부동산도 거의 없으며, 이사를 가는 것이 드문 독일에서는 태어난 곳에서 죽을 때까지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대를 이어서 살다가 죽어서는 자신이 살았던 동네 한켠에 묻히고... 유심히 비석을 둘러보니 180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도 있었고, 가족 여러명이 모여있는 곳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80세 이상까지 살다갔습니다.
우리도 시골집 뒤에 조상의 묘가 있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에게는 너무 먼 죽음의 문화가 되었고, 시간을 내서야 찾아가야 하는 곳(납골당 등)이 바로 묘지 문화입니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일본이나 독일은 여전히 생활 속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여서인지 비석 앞에 꺼져있는 양초를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묘지의 주변을 보고 웃음이 났습니다. 사거리에서 시계방향으로 주택가, 개신교 커뮤니티 센터(Gemeindezentrum), 초등학교(Grundschule), 공동묘지. 이것이 바로 독일이라는 나라의 문화(주거 환경)이겠죠?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출퇴근/등하교시 공동묘지를 '지나쳐야' 하는 곳에는 집을 얻고 싶지 않습니다.
공동묘지의 낮은 담과 그 너머의 초등학교 건물
공동묘지 대각선 맞은 편의 지역 커뮤니티센터와 뒤쪽의 주택가
초등학교 옆 공동묘지
공동묘지 한 가운데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닮은 저 나무가 좋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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