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독일 카네발(Karneval) 코스튬

스콜라란 2011. 3. 4. 05:06

 

   어릴 때 명절은 좀 불편했습니다. 같이 따라다니는 행사인 제사 또한 참 비합리적으로 보였었군요. 10살 이전의 기억인데, 큰 삼촌 집에서 하루 죙~일 여자들이 좁은 부엌에 모여서 음식을 만들었고 어린 저는 열심히 이것 저것 주워 먹었습니다. 추운 날, 추운 부엌에 모여 그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는 밥이 되어 '제사' 타임이 되자 엄마는 방에 있던 저를 나오라고 하더니 미닫이 방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는 남자 지들끼리 들어가서 절을 하며 뭔가를 하더군요. 명절 때 어른들에게 절을 할 때도 남자는 방에 들어가하고, 시집 간 여자들은 방문 밖, 그러니가 온돌도 들어오지 않는 마루에서 절을 하는 것은 뭔지... 한학을 공부한 사람들에게 저의 이런 투정은 막되먹음으로 이해되어 저에게 뭐라 하겠지만 여하튼 제사니, 명절은 참 불편한 날들 중 하나였습니다. 요즘은 합리적인 제사와 명절문화가 늘어나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처음으로 이들의 명절을 경험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명절(축제) 조짐이 보였는데요, 독일어권 지역의 3대 축제 중 하나가 오늘부터 였습니다. 바로 영어의 카니발(carnival)을 의미하는 카네발(Karneval) 또는 파스트나흐트(Fastnacht)입니다. 마인쯔, 뒤셀도르프, 쾰른, 뮌헨, 스위스의 바젤과 같은 큰 도시에서는 파씽(Fasching)이라고도 부릅니다. 2월 말이나 3월 초에 열리며, 부활절 40일 전인 사순절(Fastenzeit)까지 축제를 엽니다. 종교적인 깊은 의미는 잘 모르고, 별 관심도 없으니 설명은 이만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목요일을 시작으로 다음주 월요일까지 거의 논다고 보면 됩니다. (이 때문에 관공서가 모두 놀아서 저는 좀 더 스트레스가 연장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실질적인 축제일로 도시에서는 큰 퍼레이드를 하고, 사람들이 코믹한 분장(Kost"um)을 하고 놉(!)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집집마다 치장을 해놓기도 했었습니다.

 

   

 

 

 

   처음부터 퍼레이드를 볼 생각도 없었지만 조용한 동네가 아침부터 시끄러워서 집을 나섰습니다. 어떻게 분장을 하나 보려고 무거운 줌-렌즈까지 챙겨서 집을 나왔는데 바로 옆집 마당에서는 고래 고래 소지를 지르고, 벌써 맥주를 몇 박스나 마셨습니다. 아침부터 맥주 마시고 논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대단들 하네요.

   그런 와중에도 봄은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지나던 길가에 이름 모를 꽃이 올라오고 있고, 날씨도 따뜻해서 전철역 마저 너무 평화롭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ㅋㅋㅋ

 

   

 

    

 

 

 

전철 안에 이미 분장한 사람들이 많았고,

역 마다 시내로 나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시 경... 어느 지하 전철역에는 술에 취해 잠든 사람도 있었습니다.

 

 

 

 

시내의 건물들은 깃발로 축제 분위기를 띄운 것 같았구요,

퍼레이드가 끝난 흔적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 !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모습도 귀엽더군요. ㅎㅎ

 

 

 

 

 

 

 

 

 

 

 

 

 

 

 

 

 

 

 

 

 

 

 

 

 

 

 

 

 

얘네들은 큰 음악이 나오자 학교 체육시간에 배운 듯한 에어로빅 율동을

열심히 하면서 즐겁게 웃고 난리였습니다. 마냥 즐거워 보였습니다.

 

 

 

 

 

어딜가나 경찰(단속)은 안빠져요.

 

 

 

 

 

 

 

 

 

 

 

 

 

 

 

 

 

 

 

 

 

 

 

 

 

 

 

새 단장한 본(Bonn) 시청은 더 예쁘게 빛났습니다.

 

 

 

 

 

제가 꼽은 최고의 코스튬... 단정하고^^ 예쁜 천사

 

 

 

 

아저씨 1. 왜 그러셨어요?

여자 허리를 감은 팔뚝을 보고서야 인식했네요. 

 

 

 

 

아저씨 2. 왜 그러셨어요?

치마 뒤집어질까봐 잡고 타시는 것은 보니... 급히 왕자님 뵈러 가시는지요?

 

 

 

 

본 대학 마당은 평화로웠습니다. 저글링 모임이 있는지 열심히 돌리고...

 

 

 

 

 

 

 

멀리서 당겨 사진 찍는 저를 알아본 꼬마는... 예쁘죠?

"행복해라~" 

 

 

 

 

도서관에 갔지만 문이 닫혔네요. 이런 날 여기 온 제가 이상하겠죠?

라인강 건너편에는 아직도 큰 음악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즐거운 명절되시길... !!! 

 

 

 

 

 

그리곤, 바로 집에 왔습니다. 오는 길에 두 종류의 맥주를 사왔구요.

 

 

 

 

 

   한국에서나 독일에서나 명절은 언제나 저에게 한가한 날입니다. 얘네들의 축제가 끝나는 월요일까지 시간을 잘 보내야겠네요!  독일애들 처럼은 아니지만, 저도 좀 맥주를 마셔가며...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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