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주에 엄청나게 큰 대형 커피집들이 생겨나서 사람을 모으고, 심지어 유럽 국가의 흉내를 낸 식음료장도 있다. 한 곳도 가보고 싶지는 않은데 입구에서 메뉴와 상황을 보고 발길을 돌린 적이 두 번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이런 이유로 파주를 찾았다가 엉뚱한 곳에 가게 되었다.
파주 교하지구와 조리읍 인근을 돌아다니면 한번씩 말레이시아교라는 푯말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전쟁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다리는 아니어서 관심이 사라졌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인근을 지나칠 일이 있어서 이정표를 찍고 가보았다.
이 다리로 말할 것 같으면 전쟁 후 재건의 시대에 나라가 정상화되면서 말레이시아와 우리나라의 친선을 도모하게 위한 경제적 협력으로 생겨난 것이다. 당시에 말레이시아가 5천 달러를 지원했다고 하는데, 1960년대의 평가절하된 우리나라 환율이 미 1달러당 130에서 240원의 가치가 있었다. 1달러 200원으로 했을 때 5천 달러는 약 100만 원이다.
그러므로 이 다리를 건설하는데 경기도와 파주의 돈이 5백만 원 들었고, 말레이지아의 원조금이 1백만 원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돈의 크기와 상관없이 원조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말레이시아와 비교하면 우리의 발전이 가늠이 안될 정도로 눈부시다.
말레이시아교는 바로 옆의 고산교가 생겨나면서 할 일이 없지만, 그래도 근현대 문화의 보존 차원에서 유지하는 것이다. 이 다리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는 차들의 샛길로 활용되고 있으며, 고정적으로 주차를 하는 차들도 있는 것 같다. 특히 레커차는 포털사이트 지도의 로드뷰에도 등장을 한다.
이날 말레이지아교에서 차를 주차하고 혼자 내려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고, 친구와 떠들다가 파주삼릉 뒤(위)에 있는 공릉저수지로 이동하였다. 평소에 다니던 길(파란색)로 안 가고 산업단지 건너편에서 진입을 했는데 오래간만에 무서움을 느꼈다.
왕복 차선의 도로가 아닌 곳을 지나는데(지도의 빨간색) 이상하게 분위기가 스산하고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었다. 저수지가 보이고 나서야 좀 안심이 되었는데... 사진과는 달리 미세먼지가 잔뜩이었던 날씨가 한몫을 했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뭔가 으스스하다.
그리고 겨울에 보는 저수지는 봄여름에 보던 때와는 완전 다른 곳이었다. 물가 둘레의 데크길을 좀 걸으려고 했다가 차 안에서 보기만 했고, 저수지 건너편의 캠핑장/하니랜드까지 갔었는데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공릉저수지)을 나쁘게 안내하는 것은 아니다. 그날 나에게 뭔가 그런 느낌이었다는 것을 기록에 남기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즐겁게 데크길을 잘 걸어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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