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출발하여 9시 반 정도에 흥정계곡에 도착하였다.
15년만에 와보는 계곡은 여전히 수량이 풍부했고,
한 눈에 보기에도 물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흥정계곡을 따라서 마지막 캠핑장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앉아있을 곳을 찾아보았다.
일대가 사유지라서 펜션들의 계곡 '평상' 영업으로
주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그런데로 5천원을 내고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계곡 평상 점유에 대한 지자체의 정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지켜보는 수 밖에...
넓은 곳이 놀기에 좋을 것 같아서 차를 세우고
신발을 갈아신고 물에 들어가기 직전,
숲에서 나오는 물뱀을 봐서 완전 호들갑을 떨었다.
이 때문에 공포심이 엄습하여 뭔가 위축되고 말았다 ㅋㅋ
지금까지 산에서 뱀을 직접 두 번 봤는데
이번 평창 여행에서도 두 번이나 눈 앞에서 뱀을 보았다.
언제 봐도 정말 무섭다.
하긴 숲에서는 무엇을 보든 무서운 것 같다.
멧돼지도 너무 무섭고, 인간은 더더더더 무섭고.
한가하게 물을 건너고 건너고를 반복했다.
이 곳에서 제일 깊은 곳은 물이 배꼽 정도까지 찼다.
더 위쪽에서는 아이들이 튜브를 끼고 정말 잘 놀고 있었다.
물살이 센 바위에 앉아있다가
다시 물가로 자리를 옮겼다.
책을 가져오려고 책상 위에 올려 두었는데
잊어버리고 온 것이 아쉬웠다.
이후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횡계로 가는 길의 짙푸름도 좋았다.
서울보다 기온이 10도 정도 낮아서 창문을 열고 운전을 하였다.
평창에서 메인으로 하려고 한 것이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에 가는 것이었는데
출발 이틀 전에 케이블카 점검으로 운행 중단 메시지를 받았고,
마침 태풍 크로사가 동해에 영항을 미쳐서
오후 4~5시가 되면서 비가 내렸다.
작은 수영장을 내려다 보고, 술도 마시다가
탁구장에도 가보고, 주변도 좀 걸었다.
본격적으로 숙소 뒷산으로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이번 숙소가 괜찮아서 계절이 바뀌면 다시 가보려고 한다.
보통은 전면이 산 또는 바다로만 가득 차기를 원하는데
작은 읍면 단위의 전망도 평화롭다는 생각을 했다.
일년에 그렇게 몇 번씩 강원도를 가면서도
대관령을 넘기 전의 횡계에서는 숙박을 한 적이 없었다.
아마도 스키를 즐기지 않는 영향일 것이다.
다음날 비는 더 많이 내렸다.
밤새 산맥 아래의 대관령 계곡 쪽에서는
결국 비로 인한 인명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광복절 기념식을 시청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지점(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서
진부IC(오대산역)까지 가는 길로 아무 생각없이 들어섰는데
운전을 하다가 눈 앞의 배경에 빠져서 잠시 정차를 하였다.
비가 오는 풍경에 넋을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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