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은 지금 생각해도
내 마음 속의 분노를 읽으키는 장소이다.
화홍문에서 연무대 사이 5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있다.
나는 그 중 한 곳을 뺑뺑이로 지정받아서 졸업하였다.
내 인생에서 그 학교가 아니었다면
어떠했을까하는 상상을 이 나이가 되도록 한다.
누구에게나 큰 아픔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이곳이 그런 곳이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길이 막혀서
시간을 허비할 곳을 생각하던 중
동수원 IC로 나와서 경기대 앞을 지나 직진하여
화성 연무대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15년 전에도 일이 있어서
잠시 이곳에 와서 밤에 앉아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의 찬란한 화성이 아니라
암울한 기억과 오버랩하여 블로깅을 해본다.
이곳은 내가 학교를 다녀야 했던
1980년대에 우범지대였다.
화성으로의 접근도 한정적이었고,
전두환시대에는 애향대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은 청소까지 해야 했던 곳이다.
화성 시설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사이트에서..
www.swcf.or.kr/?p=58 or www.swcf.or.kr/?p=59
물길 위로 세워진 화홍문은 1795년에 완공되었다.
학창시절, 여기에서부터 선생들은 나와서
학생들을 다그쳤다.
정해진 복장, 두발에 대한 간섭이 어찌나 심하던지
아침마다 문화적 충격 속에 등교를 해야 했다.
그리고 사진의 화홍문 좌측 옆으로는
사창가가 쭉 늘어서 있었다.
그런 곳을 아침, 그리고 오후 늦게 지나쳐야 하는 것은
사춘기 학생에게 가하는
사회적 폭력이 아닐 수 없었다.
화홍문 위쪽의 동북각루,
그리고 각루 밑을 지나는 북암문 뒤로는
1794년에 완공된 방화수류정(보물 1709호)이 있다.
사진의 오른편 검은 부분이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는 방화수류정이다.
방화수류정에서 성곽을 지나는 북암문에는
가끔 바바리맨이 서있어서
역겨운 풍경을 펼치기도 하였다.
(위) 건너편 산은 경기도청이 있는 팔달산이다.
초등학교 시절 나의 놀이터와 같은 산이었다.
동북각루에서 언덕 위에 보이는 정자는 동북포루이다.
이 포루 아래로 테니스장이 있는데
유명한 이형택과 정현 선수를 배출한
고등학교의 테니스부 훈련장이기도 하다.
동북각루 아래에 있는 성문은 동암문인데
출입을 하려면 성곽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아래) 동암문에서 조금 더 걸으면
군사들을 지휘하던 동장대와
군사들의 무예 연습장소인 연무대가 있다.
이번에 화홍문에서 창룡문까지 약 1km를 걸으면서
화성을 비추는 조명이
성곽에 너무 가깝고 밝다고 생각했다.
좀 더 은은하고, 조명의 갯수는 줄이면서
광폭이 넓은 빛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연무대 위의 동그란 건물이 동북공심돈인데
화성에는 이외에도 서북-공심돈과 남-공심돈이 있다.
1796년에 완공된 이곳은 원형으로 되어 있어서
소라각이라고도 한다.
나의 사춘기 시절에 이곳은 대표적인 우범지대였다.
일명 날라리라는 학생들이 밤에 본드를 흡입하거나
불을 피우고, 안하면 좋을 행위를 하던 곳이었다.
이런 곳으로 청소/소풍/대회를 오거나 하면
나는 여지없이 그냥 잔디밭에 앉아서
하교시간만 기다리던 학생이었다.
원형의 동북공심돈을 지나면 사각형의 건물이 있는데
동북노대이다. 화성의 건너편에 서-노대도 있다.
그리고 기구가 오르락 내리락 하던 곳이 창룡문이다.
화성의 4대 문 중 동쪽의 문으로
1795년에 완공하였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이곳이 개보수를 거쳐서 수원의 중요한 명소가 되었다.
예전에도 물론 명소였으나
지금은 변신한 화성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수원 구도심으로
주거지로는 발전없이 낙후되어 있다.
조선 22대 정조대왕의 작품인 화성은
조선시대 국방건축물(성곽)의 꽃이라 할 수 있고,
정치적 구상을 위한 중심지이기도 하였다.
내 기억과는 별개로 가치있고,
아름다운 문화재를 품는 '수원'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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