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출판단지에 책과 관련된 박물관 등을
찾아다닌지 3년이 되어 간다.
누구와의 약속 때문에 출판단지 지혜의 숲에 갔다가
눈에 익은 조형물을 보았다.
출판단지를 가로지르는 대로(문발로) 건너편에
있어야 할 조형물 '100년의 명촉'이
유리관에 담겨 지혜의 숲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6년 9월에 사진으로 담아두었던 활판공방과 '100년의 명촉' |
지혜의 숲 주차장이 유료화된 후 처음으로 주차를 하고 올라와보니
길에서 보이던 새로운 유리건물 안에 가득히 담겨진 활판이 있었다.
지혜의 숲 안에 새롭게 문을 연 [활자의 숲]이었다.
[활자의 숲] 박물관은 지혜의 숲 지하주차장과 같은 층에 위치한다.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 전화 031-955-7955~6
연중무효로 운영을 시작한
[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 숲]이 호기심 가득히 보였다.
카메라가 없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담기 시작하였다.
문발로 상권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가구단지로 변해가는 현실에서
그래도 활판인쇄와 관련된 박물관이
지혜의 숲 아래에 자리를 잡은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또한 출판사 최후의 보루가 카페인 것인지
여러 출판사들이 축소되어 큰 카페를 오픈하는 것을
지켜 본 지난 3년 동안 새로운 박물관의 등장은
출판단지에서 가장 발전적인 변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인근에 책박물관 등이 있는 곳이기에
새로운 박물관이 들어선 것은 당연히 축하할 일이고,
관심을 갖고 발전을 지켜볼 일이 분명하다.
1970년대 부터 PC가 본격적으로 개발 및 보급되면서
3차 산업혁명시대의 문을 열었다면
[활자의 숲]이 담고 있는 1969년부터의 기록은
컴퓨터 산업의 시작으로 사라지기 시작한
활판과 인쇄 및 개인인쇄기기인 타자기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역사의 타임라인 상으로는 '현대'에 해당하지만
과학기술산업의 역사에 있어서는 '3차 산업혁명의 시작부터
지금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이며,
활판과 인쇄가 저무는 과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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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방, 인쇄의 시작' 위로는 외부에서 보이는 유리건물까지
글자 하나 하나의 활판으로 쌓인 '활자의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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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활자' 방에서는 활자를 만들어 내는 일본 기계가
구형 로보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육중한 기계로 하나 하나 만들어 냈을 한글본이
단어가 되어 문장을 만들고, 책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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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 하면 독일의 구텐베르그를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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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방(문선조판실, 한지관)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책을 만들어서 제본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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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의 숲] 박물관에서 가장 인상깊은 곳이 옛 보성사 세트장이다.
3.1 독립선언문을 인쇄했던 회사의 사무실에 앉아서
잠시 과거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싶다.
'내가 만일 일제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독립을 위한 인쇄물을 받아서 길에 나가 일본 군인과 경찰의 눈을 피해
사람들에게 뿌리거나 전달할 용기라도 있었을까?
천장에서 비추는 가을 햇살이 따뜻하여
마치 난로가에 앉아있는 착각이 들었다.
독립운동을 위한 문서를 찍어대는 인쇄소의 바쁜 광경이
충분히 상상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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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인쇄소와 타자기관에서는
대량인쇄와 개인인쇄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타자기관의 모습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입구에 있는
'국립한글박물관'의 상설전시구역 한 곳과 겹친다.
타자기에 대한 시각적 설명이나 실물전시는
국립한글박물관보다 더 양적으로 많았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여러 타자기의 자판 배열에 따른 키보딩 모습과 그로 인한 인쇄 결과물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활자의 숲]에서도 이러한 비교를 해줄 수 있는 시각적 전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타자기의 자판 배열은 현재의 컴퓨터, 핸드폰 자판 배열 및 각국 언어의 자판 배열과도 비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립한글박물관 내 또한 근현대의 중요 문학이나 주요 국가 문서가 어떤 타자기로 인쇄가 되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통해 관련성이 깊은 컨텐츠를 개발하여 전시를 하면 좋을 것 같다. |
많은 타자기가 전시되어 있는 방에는
교육 또는 실습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나도 활판을 찾아서 잉크에 묻혀 직접 찍어 보았다.
타자기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이 부재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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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활자의 숲]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념품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박물관/미술관을 다녀온 후 남는 것 중에는 기념품이 크게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인의 작품을 활판으로 인쇄하여 편집한 책 등은 좋은 기념품이라고 생각한다.
더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기념이 될 만한
학용품 등을 만들어 낸다면 기념품을 넘어서 한글과 인쇄의
의미를 담아내는 기프트샾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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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방문하게 되었던 [활판인쇄박물관 활자의 숲]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오랜만에 건물 옥상을 거닐며 아쉬움을 채웠다.
피노키오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작가의 글이 '인쇄'되어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심학산 아래로는 지혜의 숲, 그리고 활자의 숲이 이어진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하루 시간을 내어 지혜의 숲 주변을 거닐며 활자의 숲에도 들어가 보자!
가을을 방황하며 소비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지혜의 숲에서 전시도 보고,
활판인쇄도 경험하는 시간을 공유했으면 한다.
(지혜의 숲 3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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