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2개의 선택지 중
전곡리 선사유적지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자유로에서도 안개가 자욱했고, 37번 국도의 전곡리까지도
드라이브가 상쾌하지는 않았다.
몇 번 지나던 길에 봐두었던 전곡리유적지는
독일 뒤셀도르프 인근의 네안데르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으로 인해 조성된 일대의
유적지 및 박물관과 비교를 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이제는 역사책을 읽을 때 생전 들춰보지도 않았던
선사시대의 역사에 재미가 들린 개인적인 취향도 있었다.
주차장에서 유적지 너머를 보면서... 이곳에서
역사를 기대하지 말고, 공원을 기대하라는 주문을 하였다.
매표소에서는 이 건물의 방문자센터도 들러보라고 권했다.
갈 필요가 없어보이는 곳이었다. 결국 물건 사라는 유도.
우측은 1979년 부터 이루어진 1차 발굴조사의
발굴단장이었던 전 서울대학교 김원용교수의 상이다.
이곳의 구석기 유적은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서 발견된 것이 아니고
고고학을 전공한 미군 병사(그렉 보웬)가 1978년에 발견 후
프랑스 전문가에서 석기의 사진 등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보르드 교수는 서울대 김원용교수를 찾아가라고 권했고,
보웬이 발견한 석기를 본 김원용교수는 바로 발굴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기대한 곳은 이러한 전시관이었다.
공원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이런 발굴지를
더 나은 건물로 짓고, 박물관의 질을 높였으면 한다.
내부가 너무 초라해서 놀랐다.
해설 액자 등도 좀 새로 만들고,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이라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옆 방에서 본 전시관의 모습은 나를 더 심란하게 만들었다.
밖으로 나오니 날은 왜이리 화창하며,
음식을 잔뜩 이고,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전곡선사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후문으로 나가야 한다.
이 박물관은 2011년에 개관을 했는데
나는 그 전에 멀리서 건축 중인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건물 자체는 대단히 우수하고,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선사유적지와 잘 어우러졌다.
우리나라에서 경험한 박물/미술관 중에서도
아주 높은 상위에 속한다고 평가하고 싶다.
가로 은빛의 건물 아래에서 진입하여
위로 올라가 전시를 관람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동선이다.
그리고 야외에서 건물의 위로 걸어볼 수 있는 구조인데
실제로 위로는 가보지 않았다.
위 사진의 왼쪽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나오는 구조이다.
문제는 안의 전시내용물인데...
2층 중앙홀에서의 느낌도 좋았고,
크게 2 구역의 전시 공간이 뻗어있었다.
한쪽으로는 전망 좋은 카페(식당)가 자리했다.
출토된 유물의 양이 작은 것이다보니
실제 유물 위주가 아니라 모형 위주의 전시였다.
초등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전곡리유적지에서 발굴된 주먹도끼는
역사적인 가치가 대단한 것이며,
서양 학자의 주장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하였다.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이면서,
동아시아에도 기술적으로 발달한 주먹도끼가 존재했음을 입증하였다.
이는 주먹도끼가 없는 구석기시대 동아시아를
문화적으로 정체된 곳으로 규정하여
서양인의 인종적 우월성을 주장한 1940년대 초
할람 모비우스 교수(하버드대)의 황당한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가 되었다.
박물관에서 나와 한탄강캠핑장까지 걸어 볼 생각이었으나
중간에 문화예술촌(?) 공사로 인해서 길이 차단되었다.
박물관에서 흥미를 잃어
이후에는 뭔가 제대로 관람을 하지않고,
그냥 유적지를 가로질러 나왔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유적지를 나와 한탄강 캠핑장에 가보았다.
처음 이곳이 생겼을 때 캠핑을 했으니
벌써 10년도 넘은 기억이다.
캠핑장은 더 분주했고, 더 밀집되어 있었다...
한탄강 오리배도 여전히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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