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국립, 공립, 시립 미술/박물관과 궁궐 등이
무료로 개방을 한다.
을지로에서 약속이 있기도 한 날이어서
잠시 시간을 내어 미술관에 갔었다.
비가 내려서 어딘가로 들어가고 싶었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덕수궁 안에 있는 현대미술관에 갈 것인지,
옆의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좀 덜한 시립미술관으로 결정하였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일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낙엽이 흩날리든
걷기에 좋은 길이고, 생각하기에도 좋은 길이다.
잠시 근대시대로 돌아가 있는 착각을 할 수 있는 건물들이 있어서
서울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지역이 아닐 수 없다.
덕수궁에서 나온 외국인들도 계속해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미술관 입구에서 매우 산만함을 보았다.
트럭이 뭔가를 분주히 치우고 있었고,
일부러 그 모습을 작품으로 가려서 사진을 찍었다.
솔직히 느끼는 점이지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이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관일 수 있을지에
자신이 없어서 내 마음도 불편하다.
지난 수요일도 마찬가지로 그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꽤 많은 외국인들이 서울의 대표 미술관으로 이곳을 찾는데
2층 2관에서만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여러 전시 구역이 있으면 1-2관 정도만 예비 또는 준비실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시를 진행하는 것이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서울을 대표하는 미술관 아닌가?
사정이 있으면 미술관 자체를 공식적으로 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천경자 컬렉션과
가나아트센터 소장품 컬렉션만 작은 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전시 자체는 잘 둘러보고 왔지만 1층 홀에서의
음악회 준비로 인해서 극심한 소음 또한 민망했다.
가나아트 컬렉션 [시대유감] 전시장
미술관에 들어간 외국인들도 서둘러 나왔고,
전시준비 중이거나 음악회 준비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어서
외국인들도, 시민들도 대부분 아쉬웠거나 실망했을 것이다.
서울은 보통의 도시가 아니다.
메가급의 도시이며, 동시에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문화적으로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도시다.
그런 서울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어떤 양질의 서비스로 관람객을 맞이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5시를 넘어가면서 비는 더 많이 내렸고,
하교하는 학생들과 함께 나도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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