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미술관

서울| 서촌, 이현혜 화가의 작업실

스콜라란 2017. 11. 20. 17:53


[아이폰6 카메라로 기록을 남김]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우측의 삼청동과 북촌은 많이 변했다.

사람들이 몰리자 서울시의 관심 아래 '정비'도 많이 이루어졌다.

도시재생이란 자생력이 있어야 하는데 위에서 아래로의 행정이 반듯함을 끼워넣는다.


경복궁의 왼쪽 동네인 서촌에서도 골목길의 바닥이 반듯반듯한 돌로 덮여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닌데

제발 주거민들에 의해서 서서히 바뀌든 정체되든 그런 동네가 되기를 바란다.




   



어느 날, 계획에도 없던 서촌의 방문은

50여 년간 그림을 그려온 이현혜 작가의 아뜰리에(Atelier, 작업실)를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작가와 내가 직접적인 인간관계는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그림을 봐왔었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오브제 중 '오리'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비록 주인은 없었지만 아뜰리에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선뜻 나섰고,

내가 직접 보고 싶었던 소녀와 오리 그림이 있기를 기대하였다. 



   



유럽에서 느낀 것은 유명하고, 훌륭한 미술관이라고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미술관, 그리고 화가의 흔적을 따라가 보는 일, 작가의 집을 방문하는 일 등이

더 깊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우가 있었고, 작가에 대한 이해를 배가시켰다.

이 날 서촌의 어느 10평 남짓한 아뜰리에의 방문도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었다.





작가가 매입한 작은 2층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친 후

2층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현혜 작가는 12살 때부터 그림을 시작하였고,

대학에서는 그림과 상관없는 공부(법학 등)를 하였으며,

그림과 상관없는 생업에 30년 이상 종사 후 퇴임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작가 본인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꾸준히 그려왔다고 한다.







다음은 작가의 글 중에서...


" 처음에는 사람의 '외로움과 어두움'에 집중하였고,

사람의 표현을 위해 인체 드로잉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친구들과 화실을 같이 쓰기도 하고 혼자서 지키기도 했다

 최근 서촌작업실에 정주하고 부터 서촌의 골목길과 오래된 집, 꽃과 나무들을 그린다.

개인전(2012"하루하루 또 하루", 이화여대 조호윤갤러리)

그룹전(2014, 2015년 갤러리 자작나무)을 했고,

잡지 표지그림, 음악회 포스터, 초청장 등에도 그림을 싣고 있다. "





화가의 작업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화가의 이젤 앞에서

화가의 시선을 느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난 위 그림을 1년 여 전부터 인터넷으로 보고 있었다.

이 날도 방문하여 이 그림을 찾아보았으나 아쉽게도... 없었다.


그리고 겹쳐진 그림들 중에서 아래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그려내는 오리는 부드러운 역동성을 갖고 있으면서

몸뚱아리의 방향이나 시선이 인간 내면의 흐름(호기심, 불안감, 선택 등)을 보여주는 듯 하다. 


소녀의 시선을 따르는 오리들은 하늘을 나는 새를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소녀를 지켜주고 싶어한다.

시애틀 숲을 앞에 둔 오리들은 숲 너머보다는 현재 이곳에 만족해 한다.



시애틀 숲과 케임브리지 오리 / 이현혜 2015 / 25㎝×25



   




작가의 연락처 :

 hhye@ewha.ac.kr  /  http://www.facebook.com/hyunhye.lee1  / http://blog.naver.com/hhy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