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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 일산 호수공원 3계절 관찰기록

스콜라란 2016. 6. 7. 19:57



1994년인지 1995년인지 가물가물하다.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던 사고 공화국 시기였는데

이때 나는 일산이라는 곳에 와봤다.

내가 속했던 학과의 동기들 중 서울에 살던 아이들 여럿이

경기도권(일산, 분당)으로 이사를 가는 시점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일산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간 친구를 따라서 처음 일산을 와봤었다.

MT를 다니던 곳(파주, 백마 등)에 거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었다.

그때 한참 돌덩어리로 둘레를 덮어버린 삭막하기 그지없는 인공 호수(정식 개장 전)를 보았다.

'둘레가 5km란다', '옆에 큰 음악분수도 짓는데', '나무는 안심냐?' 등의 수다를 떨며 

그늘 하나 없는 인공 호수 앞에 서있던 기억이 있다.


일 산    호 수 공 원


20년을 거슬러서 작년에 다시 일산 호수공원에 오게 되었다.

우연않게 호수공원 인근에 머물렀던 3계절 동안 이곳을 자주 들락거렸다.

20년 전의 일산과 비교했을 때 아파트들은 낡았지만 주거지역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고,

다른 신도시들에 비해서도 질서정연하고 녹지를 꽤 확보하면서 도시화된 된 것 같다.

우리나라 1기 신도시(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중 하나인 이곳이

분당에 비하면 부동산 투자로서는 시덥잖은지 몰라도 도시 자체로는 정말 살기 편한 곳이다.


작년에 부동산 얘기를 하던 중 아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천당 위에 '분당'있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있다."

기발하고 웃긴 비유지만 서민들의 시각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뚜렷한 정주의식이 없는 나는 어디에 살아도 상관없기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동산 개발을 아무 실익도 생각하지 않고 보게 된다. 




일산 호수공원 일대를 관찰하면서 찍어 둔 사진을 정리하였다.

모든 사진은 아이폰6로 찍은 것인데 아이폰 카메라 기능에 대해서 간단히 평하자면

줌을 하지 않는 상태(광각)에서는 화질이 아주 우수하고, 선명하다.

그러나 줌을 많이 하면 급격하게 화질이 떨어진다.

풍경 사진만을 찍는 나에게는 상관없지만 멀리있는 사물을 당겨서 찍어야할 때는 

폰 카메라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3계절에 걸쳐서 이렇게 사진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로는 나의 습관이 있다.

지난 5년 동안 치명적인 습관과 아주 좋은 습관을 들여왔는데

좋은 습관 중 하나는 목표 지점이 3-4km 이내일 때는 걷는다.

이렇게 걷다보니 일산 호수공원과 주변을 틈틈히 담을 수 있었다.



< 동일 장소의 사진이 반복적으로 나오니 귀찮은 분들은 패스하세요! >




♬     ♬     ♬     ♬     




미세먼지가 공습하는 날이거나 또는 열대기후 처럼 비가 내리는 날의

도시는 딱 '고담'시 같다. 고담시에는 베트맨이라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온통 조커 뿐이라는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

그래도 희망을 잃지말고... 미세먼지가 걷히거나 비나 그치면 공원에 나가서 산책한다.






호수공원을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호수 중간의 섬(달맞이섬)을 기점으로 사법연수원/MBC 방향은 인공적으로 확장한 곳(3/4)이고,

반대편은 조선시대부터 유명한 갈대가 자라는 곳(1/4)이다.









[  2015년 11월 중순, 늦가을 ]



정발산역에서 호수공원 사이에 큰 광장이 있는데 이 근린공원을 가로질러

20년만에 처음으로 호수공원에 갔었다. 











아래 사진은 인근 아파트 단지인데 이곳을 걸으며 20년 전에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가 

이제는 완전히 사람사는 도시로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을 했었다.







[  2016년 1 ]



킨텍스 이마트/트레이더스에서 큰 대로를 따라서 약 20-25분을 걸으면 호수공원에 갈 수 있다.

어떻게 걷든 거리는 2km가 조금 넘게 나온다.

이 일대가 지난 1월부터 시작해서 대단위 공사(아파트, GTX역, 한류타운)를 시작했다.

그야말로 일산 신도시의 확장 공사이다.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중간의 공터는 인기가 한창인 드론을 시연하는(날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떤 날은 골프를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간에 호수공원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이 있는데

으슥해서 걸어보지는 않았다. 세상이 좀 무서워야지...

일대의 공사가 끝나고 정착하는 5년 정도 후에는 이 길도 꽤 괜찮을 것 같다.





1월 말에 호수공원이 얼어버리는 맹추위가 며칠 있었는데

이때는 공원에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나에게는 한적하니 걷기 좋았다.

  


보기에는 멋진 저 건물들... 직접 살아보면 깡통인 곳도 많다.

공사를 어떻게 했는지 벽간 소음은 대화수준이고, 실제로 합판으로 벽을 세운 곳이 있다.

고발프로그램에서 본 서울 도곡동의 고가 아파트도 그러한데 이런 곳은 오죽할까?

 





모든 살아가는 일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2016년 2  ]



기온은 따뜻했는데 함박눈이 내린 날이었다.

눈이 좀 그쳐서 공원에 나갔는데 얼마나 사람이 많던지 놀랐었다.










전통정원 들어가는 길






[  2016년 3  ]



눈이 그치고 봄이 오면서 목련이 가장 먼저 피어올랐다.








[  2016년 4월  ]



4월의 벚꽃을 보며 서울시민들이 왜 이곳까지 벚꽃구경을 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벚꽃이 가장 화려할 때 미세먼지 공습이 대단해서 공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미세먼지 때문에 그 예쁜 벚꽃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

하늘에 날리다가 물에 떨어진 꽃잎이 아쉽기만 했다.




벚꽃이 지고, 내 눈에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는데 공원의 1/4에 해당하는 습지구역이었다.

조선시대부터 이곳 갈대가 유명해서 임금에서 바쳤다고 하는데

그 갈대가 수면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이 하루 하루 장관을 이루었다.








꽃박람회 준비가 한창이던 한울광장


일산 꽃박람회를 입장료 내고 보지않아도 박람회 시설을 설치하는 동안 외부 전시물을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너무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박람회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았다.

행사기간 동안 울려퍼지던 뽕짝 등의 소음도 싫었고, 먹자/놀자판 축제일 뿐이었다.

아울러 이 또한 강력한 미세먼지와 폭우 때문에 행사에 지장이 많았다.

마지막날 밤의 불꽃놀이도 폭우 때문에 몇 방 쏘다가 멈추었다. 


역시 꽃은 자연스럽게 피워야 한다.





[  2016년 5월 5일  ]





어린이날 킨텍스 트레이더스에 걸어가서 장을 보고 호수공원 쪽을 바라보았다.

왼편의 엠블호텔과 이제 거의 다 올라간  EBS 건물을 제외하고 모든 공터에 대단위 공사를 시작하고 있다.

정주 가치는 좋은 것 같은데 투자 가치는 불분명해 보인다. 주변에 분양사무소와 모델하우스들도 성황이다.

5년 뒤의 확장된 일산은 어떤 모습일까?



이마트 앞 어떤 건물의 공사가 신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정말 몇 개월만에 다 지었다. 한류거리의 K문화관이다.

이렇게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우리나라 토목공사가 언제까지 건승할지...





그 날은 물길을 따라서 호수공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일대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면 이곳도 깨끗하게 정비를 다시 하겠지만

너무 일찍 조성한 탓에 썩은 물의 악취가 진동을 한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육교를 보면 '혈세 낭비'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길만 건너면 될 구조물을 '아트' 핑계로 너무 확장해서 걷게 하므로 거리는 3-4배로 늘리고,

공사를 한 회사만 이득을 봤을 것이다. 일산에 이런 육교가 많다.





본격적으로 날이 뜨거워지자 갈대 구역은 서서히 밀림이 되어갔다.




그리고 나는 이날 처음으로 호수공원의 연꽃을 보게 되었다.

'아름다웠다.'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의 연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걸었다.







전통정원 가는 길






[  2016년 5월 중  ]




맑은 날에는 바위 위로 거북이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애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맑은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나는 같은 장소에 연꽃을 보러 왔다.

이렇게 아름답고, 약간은 신비스러운 꽃인줄 몰랐었다.









갈대가 올라오는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일대가 너무 짙어지면서 숨이 막혀 온다.





본격적으로 주말 가동을 시작한 노래하는 분수.

시간을 맞춰가면 2-30분 정도 시원한 감상을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밤에 음악분수가 가동하는 동안 일대의 가로등을 끄는데

이때 분수만 보며 움직이는 자전거와 사람, 자전거와 킥보드 등의 충돌사고가 잦다.











호수공원에서 찍은 사진 중 최고의 사진으로 선정!!






연꽃이 한창일 때 일대의 장미들도 한껏 피어오른다.











[  2016년 5월 하순  ]








노래하는 분수대 옆의 일반 분수는 한낮에도 가동을 하기 때문에 동네 아이들의 전용 놀이터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가장 절정인 장미정원






전통정원 인근의 갈대와 연꽃은 언제봐도 아름다운 뷰포인트였다.









비가 내린 







달맞이섬






[  2016년 6월 초  ]



이제는 연꽃이 안보일 정도로 밀림이 되었다.




휴~~ 녹음에 숨이 막혀온다.






사법연수원 방향의 인공적인 호수공원 일대는 잘 안걷게 된다.

날이 더워지면서 물냄새도 많이 올라오고...


그러다가 오랜만에 달맞이섬을 통과하면서

이곳에서도 예쁜 한 무리의 갈대와 연꽃을 볼 수 있었다.






장미정원에서 가장 예쁜 곳에 분수대가 있는데

SBS 드라마를 촬영한다고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주변만 맴돌았다.

드라마에 호수공원이 병원 앞 정원으로 나온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아주 신기한 꽃을 보았다. '산딸나무'

착시효과가 생길 정도로 흰 색종이를 오려서 붙여놓은 것 같았다.








MBC 앞의 광장에 설치된 꽃박람회 조형물들은 여름까지 그냥 둔다고 한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버글거리도록 많이 모이는데 평일에는 한적해서 걷기에 좋다.












호수에 접해서 설치했던 조형물들은 철거를 시작했다. 









정자가 보이는 곳이 달맞이섬.

몇 곳에 흔들의자가 있는데 인기가 많아서 비어있을 때가 드물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던 날, 마침 비어있는 흔들의자가 있어서 잰걸음으로 가서 앉았다.

나도 갈대도 흔들렸다.





일산 호수공원에 대한 사진 기록은 이것으로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