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목적으로 두 번째 방문한 베를린,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했던 베를린 중앙역은 깨끗하게 단장하였다.
베를린을 자유롭게 여행한다면 이 중앙역 바로 앞에 숙소를 정할 것을 추천한다.
베를린 중앙역 지하에 대형 슈퍼마켓 등의 쇼핑타운이 잘 되어있고,
의사당과 브란덴부르그 문을 거쳐서 포츠담 시내까지도 걷을 만하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오기도 쉽다.
독일에 몇 년을 거주하면서도 베를린 여행을 못했다(^^)는 친구와 동행했다.
두어 번 와봤다고 내가 얼떨결에 리드하였다.
저녁에 도착해서 간단히 짐을 풀고, 미리 방문 예약을 해 둔 의사당을 방문하였다.
중앙역 광장에서 다리를 건너가면 바로 잘 조성된 관공서 구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겨울에 혼자 의사당 돔을 방문했을 때는 대단히 감동을 받았는데
두 번째 방문에서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ㅋ (기분 탓!)
브란덴부르그 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포츠담 광장 인근에서 저녁을 먹었다.
유명한 인도 음식점에 들러서 잘~~ 먹고, 계산하는데
팁을 많이 받아내려는 점원 때문에 기분만 상했다.
나를 여행객으로 보고, 완전 '꾼' 행세하는 유럽의 점원들 때문에
가끔 기분이 상하는데 이 날도 그랬다.
독일 문화에 맞춰서 알아서 팁을 주는데도 지나치게 요구하는 점원들은 정말 짜증난다.
팁을 5-10유로 제하고 돈을 거슬러 받는 일은 절대(!) 당하면 안된다.
많은 팁을 못 뜯어내서 웃음기 싹 가시는 얼굴로 표정을 바꿀 때면 확! 소리지르고 싶다.
내가 백인 남자여도 그런 대우를 받을까?
하긴, 인종차별의 원조가 유럽 아니던가...
베를린에 오기 전에도 독일에서 아주 불쾌한 일이 있어서 기분이 안좋았는데
베를린에 도착한 날부터 돈쓰고, 기분만 상해서 주변에 좋은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화려하게 불 밝힌 관공서들을 가로질러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제국 의사당(Reichstag)
수상 공관(Bundeskanzleramt)
공공기관 중 하나인 파울-뢰뵈-하우스(Paul-Loebe-Haus)
중앙역
* * * * *
다음날, 밝은 기분으로 나서며, 베를린을 시계방향으로 둘러보았다.
베를린에 와서 베를린 장벽(Berliner Mauer)을 제대로 못 봤는데
오전부터 길을 나서며 중앙역에서 바로 베를린 북부역 인근에 있는 베를린 장벽으로 갔다.
베를린 장벽은 우리처럼 완충지대의 녹지공간(DMZ)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도시를 가른 것이기 때문에 어떤 집은 그 자체로 장벽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집 창문을 통해서 서베를린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당시의 영상들이 유명하다.
장벽을 허문 자리는 녹지화하고, 패널 등을 세워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해 두었다.
교육적 가치가 높은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두 장벽 사이의 초소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장벽 바로 앞에는 전시 공간과 전망대도 있는데, 전망대에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각각의 장벽 사이가 참 좁다.
저 좁은 곳을 건너오다가 많은 사람들이 총살을 당한 슬픈 역사를 가진 베를린이다.
이념의 대립은 이념과는 무관한 일상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하였다.
두 장벽 사이에 놓여있었던 기물,
장벽에 올라 뛰어 넘었다가 이런 흉측한 기물에 부상을 당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 * * * *
이후 우리는 박물관섬 구역에 잠시 들러 사진을 몇 장 찍고,
이 날도 베를린 대성당(아래)에는 합의 하에 들어가지 않았다.
날씨가 따뜻해서 슈프레(Spree) 강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포츠담광장 인근에 있는 다른 베를린 장벽에 들렀다.
브란덴부르그 문에서부터 빌헤름스트라쎄를 따라서 걸어와도 될 만한 거리에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베를린 장벽을 남겨둔 것은 정말 배울만 하다.
장벽이 무너지던 날, 망치로 장벽을 뚫었을 때 건너편을 보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상상만 해도 벅차다.
남북이 통일되는 날, 나는 뻰치를 들고 휴전선을 끊으러 갈 수 있을까?
못 간다!
미국이 쏟아버린 지뢰때문에 아마 DMZ은 영구 보존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어쩔 수 없는 에코지대가 될 것이다.
베를린 장벽은 떡 자르듯이 자른 후 곳곳에서 기념으로 실어갔다.
시내의 인근 건물 내부에 이런 장벽의 일부를 전시한 곳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장벽의 잔 부스러기 돌은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이후 버스를 타고 베를린필하모닉에 들렀다가 도심행사로 버스운행이 중단되어 애를 먹었다.
필하모닉 옆의 악기박물관에 가보지 않은 것을 지금도 후회한다.
이렇게 저렇게 걷기도 하고, 전차를 갈아탄 후
빌헤름-황제-기념-교회(Kaiser-Wilhelm-Gedaechtnis-Kirche)를 방문하였다.
대로 한 가운데서 2차 대전 중 폭격을 받아 부서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종탑 건물은 폭격 당한 모습으로 보존하였고, 예배당 건물은 현대적으로 다시 건축하였다.
나는 이 교회에 들어가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마침 성가대가 연습 중이기도 했지만 푸른 빛이 주는 영롱함에 젖어들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서 잊지않고 묵념하였다.
벌집모양의 외관은 2만개 이상의 유리로 만든 벽인데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벽이면서
바깥의 빛을 내부로 스며들게 만드는 구조이다.
밤이 되면 예배당 안에서 붉을 밝혀서 푸른 빛을 띈 외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예배당 내외부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잠시 다른 세상에 갔다 온 듯한 경험을 하였다.
2차 대전의 폐허와 이후의 재건을 상징적으로 대립시키는 듯한 빌헤름-황제-기념-교회였다.
별 생각없이 방문했다가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은 곳이었다.
지금은 베를린 하면, 이곳이 꼭 떠오른다.
버스를 타고 샤를로텐부르크 성(Schloss Charlottenburg)까지 갔었는데
소나기도 내리고, 시간도 너무 촉박해서 안을 둘러볼 수가 없었다.
유럽에서 왕들의 이 성, 저 성을 방문하면 꼭 여기를 가지 않아도 될 듯 했다.
그래도 정문 명예 광장에서 사진을 남겨두었다.
간간히 비가 내려서 많이 걷지 못한 베를린 여행이었다.
덕분에 숙소에 들어가기 전 무지개를 만났다.
서유럽은 한낮의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이 잦고,
대기가 우리보다 맑아서 이런 무지개를 자주 볼 수 있다.
베를린에서는 쌍무지개를 보았는데 사진 상에는 아래 무지개만 선명하게 나왔다.
3-4분 정도 비가 퍼붓다가 잠시 소강상태일 때 무지개가 떠올랐다.
역 안의 거지들은 무지개 보랴, 역 밖의 거지들은 비 피하랴,
대중교통 기다리던 사람들까지
모두 중앙역 처마 밑으로 모인 탓에 인파가 대단했다.
키도 작은 내가 사람들 피하면서...비 맞아가면서...우산 들고 한 손으로 찍은 무지개 사진!
* * * * *
교육적으로 방문할 곳이 많고, 동선도 긴 베를린이었다.
유럽의 관광지가 주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맛은 없지만
언제 가도 둘러볼 곳이 곳곳에 산재한 도시, 베를린이다.
다음 날 새벽에 일찍 나와서 테겔(Tegel)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중앙역 광장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자주 온다. 역시 숙소는 중앙역 인근으로!
독일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어디를 봐도 민밋하고, 푸르른 독일 땅을 멜랑꼴리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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