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은 좀 따뜻한 곳에서 보내기 위해 모나코 공국에서 가장 가까운 니스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11월 말부터 독일 날씨가 정말 정말 우중충했기 때문에 먼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휴양도시라는 모나코와 프랑스 남쪽 바다를 보기로 계획했었다.
니스 공항에 내려 모나코로 가는 110번 버스의 왕복 티켓을 끊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의 앞 좌석에서 푸른 산악지대 및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모나코에 들어서면서 해안 산비탈에 세워진 작은 나라 모나코를 실감하였다.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모나코를 잘 걸어다니기 위해서
곳곳에 있는 계단길과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를 숙지하였다.
또한 모든 곳이 비탈이므로 차 소음이 정말 심한 곳이었다. 적응하는 수 밖에 없음!!
항구를 기점으로 (1) 언덕 위의 모나코빌(대공궁과 대성당, 해양박물관 등)과
반대쪽에 있는 (2) 몬테카를로 지역(카지노 일대)이 주 관광구역이다.
나는 공항버스를 타고 카지노 앞에서 내렸기 때문에 얼떨결에 카지노 일대를 미리 봐두었다.
그래서 모나코빌을 먼저 천천히 둘러보았다.
모나코 공국의 왕은 왕이라 부르지않고 정확하게 대공(Prince)이라고 부른다.
현 알베르 2세 대공이 20살 어린 남아공 출신의 수영선수/모델이었던
샤를린 위트스톡과 결혼하는 모습을 독일에서 TV로 시청했었다.
공비가 되기 위한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에 도망가다가 니스 공항에서 잡혀왔다는
소문이 파다하였는데 지금은 행복할런지...
항구에서 조망되는 이 많은 빌딩들은 모나코 국민들의 일반적인 주거지는 아니다.
대부분이 세계 부자들의 콘도미니엄/호텔이기 때문에 휴가철과 F1경기가 열리는 시기
이외에는 밤이 되어도 불이 환하게 켜지지는 않는다. 대체로 빈 건물...
모나코빌의 대공궁 앞마당에 올라오기 전까지 계단을 오르면서 모나코 항구 일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대공궁 앞 광장. 대공과 공비는 실재로 성에 거주한다.
모나코빌 너머의 아래 동네를 둘러보기도 했었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깨끗하고, 비교적 조용한 동네였다.
대공궁 앞마당에서 부터 모나코빌 둘레 전체에 보행길이 잘 되어있다.
나도 천천히 둘러보았다. 얼마 걷지않아서 대성당과 왕립 해양박물관/연구소가 있다.
모나코의 가장 유명한 인사, 그레이스 켈리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현 대공인 알베르 2세의 모친인 그레이스 켈리는 1982년(당시 52세)
이곳 모나코빌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더 극적인 인물이 되었다.
1956년 4월 19일 이 대성당에서 결혼하였고, 대성당 안에 그녀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다.
그런데 내 눈에는 대성당 옆에 있는 작은 법원 건물이 더 예쁘게 보였다.
생물학자이기도 했던 알베르 1세 대공(1848~1922)이 세운 왕립 해양박물관 및 연구소
골목 골목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이 많았고, 그레이스 켈리가 자주 거닐었던 곳에는 어김없이 사진이 놓여있었다.
첫날은 정말 모나코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차 소음이 너무 심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곳곳에 있는 경찰들의 친절한 안내가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평지가 없다보니 보행도 번잡해서 좀 짜증이 나기까지 했다.
그러므로 1일 버스 티켓을 사서 버스로 계속 이동하는 것도 좋다.
모나코 곳곳에 유명 브랜드 가게들이 즐비하지만, 항구 뒤쪽은 나름대로 모나코 시내란다.
가로수가 귤(만다린) 나무... ㅋ
너무 피곤했는지 잠시 숙소에 들어왔다가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다. 그리고 밤 11시에 깼다.
특별한 위험은 못 느꼈기 때문에 카지노 일대에서 야경을 감상하였다.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 것인지 언제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항구 앞쪽은 불야성.
항구와 카지노 앞을 제외하고는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 유명한 모나코 몬테카를로 카지노, 세계 부자들의 돈 놀이터이자 모나코 공국의 재정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곳.
옆 오른쪽 건물은 빠리 호텔.
카지노 앞의 파빌리온이라는 원형 건물에는 유명 브랜드 가게들이 입점되어 있다.
카지노 옆, 빠리 호텔 맞은편 건물에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렸다.
오락실! 같은 모양을 우연히 맞추는 이런거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들어갔다가 바로 나왔다.
다음날, 깐느로 가기 위해서 모나코 중앙역이라 할 수 있는 몬테카를로 역에 들어섰다.
아침 일찍 서둘러 숙소를 나왔고, 전날 봐두었던 곳으로 역에 진입하였다.
그런데 이 역에서 기차가 연착되면서 1시간을 빈둥거리며... 비로소 모나코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
모나코의 지하 세계 및 땅굴과 같은 구조를 이해하니까 모나코가 재밌게 느껴졌다.
나는 아래의 건물에서 역으로 진입하였다.
땅 속으로 깊숙히 자리잡은 역 입구의 자판기에서 기차표를 사느라 애를 먹었고, 뭐 이런 곳이 다 있는지 투덜거렸다.
미리 알아간 기차 시간표는 하나도 맞지 않아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커피를 마셔가며 그냥 어슬렁거렸다.
그러다가 이 역의 지상 입구를 보게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 올라오니까 산비탈 중턱.
이곳에 또 다른 역 입구가 있었다.
내가 진입한 입구와 이곳의 표교차는 건물로 따지면 20층 정도는 되어보였다.
이제서야 이 열악한 지형을 얼마나 잘 개발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산비탈을 최대한 활용해서 땅 속에 근사한 역도 지어놓고, 쇼핑타운도 만든 것이다.
이런 느낌은 모나코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을 경찰의 도움으로 찾아갔을 때도
재차 느낄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가 참 영리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깐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밤에는 왕궁 아래 지하세계에 있는 까르푸를 찾아가 먹을거리를 사왔다.
해산물이 정말 많이 있었고, 조리가 가능한 숙소였다면 해물탕을 해먹었을지도 모른다.
육식의 나라 독일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해산물인데, 모나코에 오니까 천지에 널려있었다.
슈퍼마켓에서 경험한 음식들의 가격도 아주 적정했다.
술, 과일을 포함한 모든 음식 재료들이 우리나라 보다도 비싸지않았다.
물가가 높은 나라, 가장 부자들이 많이 모이는 나라이지만
생필품은 질이 높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을 생각하며 먹고 싶어했던 쭈꾸미를 간장에 찍어서 두어개 먹다말고 사진 하나 남겼다.
오늘 아침, 공항으로 가기 전에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날씨가 너무 너무 맑았다.
모나코는 365일 중 흐린(비가 오는) 4~50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항상 이렇다고 한다.
누군가는 날씨가 맑으면 좋아하겠지만, 나는 이런 건조한 날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피부와 눈이 너무 피곤함을 빨리 느끼기 때문에 조금은 구름낀 날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도 청명한 겨울날, 원없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첫날의 원성과는 달리 한 2~3일 정도 더 머무르면 좋겠다라고.
카지노 앞에서 롤스로이스 뒷바퀴 휠 부분이 찌그러지는 것을 목격하며 놀랬다가
그 어떤 차보다도 멋진 옛날 미니를 보았다.
차주가 상당히 클래식한 것을 좋아하는지 뒤에 가죽 가방까지 달아두는 멋스러움을 보여주었다.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바다 정면으로는 카메라를 들이댈 수도 없었다.
이 테라스에서 검은 덩치의 큰 개가 나에게 달겨들어 아주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음...
개는 반갑다고 달려온 것인데 나는 아무도 없는줄 알고 걷다가 너무 놀랐다. 다리 힘 풀릴 정도로 완전 개놀람.
견주들은 목줄 풀린 자기 개가 다른 사람에게는 민폐일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발레리나 제목의 조형물.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클래식이 아닌 모던 발레로 유명세를 떨치는 단체이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구름다리 너머로 살짝 보이는 몬테카를로 역을 바라보았다.
이제 모나코가 본격적으로 재미있기 시작했는데 떠나야 하는 아쉬움...
비행기 안에서 나의 작은 트렁크가 실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창 밖의 풍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니스에서 깐느 방향으로 가는 해변과 경마장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지만, 정말 멋졌던 설경...
니스 - 독일 구간의 비행기는 알프스 위를 지난다.
니스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기장이 방송까지 하면서 아래를 보라고 권했었다.
그래서 독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도 창가 자리를 예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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