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가니까 나도 한번 가보는 그런 여행을 떠났다.
주변에서 특정 나라를 거론하며 왜 가보지 않느냐는 얘기도 들었고,
나 또한 자꾸 의무감이 들던 터... 체코의 프라하와 오스트리아의 빈, 잘쯔부륵은 가보자하며
2개월 전에 미리 예약한 일정대로 움직였다.
새벽부터 잠도 거의 못자고 지역 공항에 갔는데
이 놈의 독일날개(Germanwings)가 또 문제였다.
1시간 정도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평소에 안하던 짓을 했다.
뭔 원고를 좀 들여다 보고 있어서 기내 방송도 기장이 의례히 하는 그런 멘트라고 생각했다.
예정된 시간에 비행기가 착륙을 했고, 서둘러 내렸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소방차와 경찰도 와있고... 아, 이륙했던 곳으로 되돌아옴!
기체 기압장치 이상으로 되돌아왔으니 다시 수속을 밟으란다.
허리 벨트 풀어서 손에 들고, 가방 안의 로션들 꺼내고... 2시간 후에 다시 탑승.
체코 프라하 공항에는 정말로 영어, 현지어 및 한글 안내문이 보였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기에 유럽의 공항에 한글 안내문이 다 있다는 말인가...
굉장히 피곤한 상태로 시작한 여행이었고, 출발부터 공항에서 진을 빼서인지
뜨거운 날씨가 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공항에서 체코 시내로 들어오는 길의 풍경은 좀 다르긴 하겠구나 하는 느낌을 주었다.
독일어권역에 비해서 낙후된 모습이 뚜렸했다.
구시가지로 들어가기 위해 화약탑(Powder Tower)에서 부터 출발하였다.
체코 고딕 건축 양식의 특성 중 하나인 사다리꼴 사각형 탑의 모습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화약탑(Powder Tower)은 프라하 시내에 있는 13개 문 중의 하나이다.
구시가지 광장(Old Town Square)에서 바라보는 여러 건축물들은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위는 성 니콜라스 성당(Saint Nicolas Church),
아래 는 틴 앞의 성모 마리아 성당(Church of Our Lady in front of Týn).
그리고 이 광장에서 가장 유명한 프라하 천문 시계탑(Prague Astronomical Clock).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사람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서있는 곳에서 나도 쳐다보게 되었다.
마침 2시 3분 전... 정각에 뭔 일이 있겠구나 생각하며 덩달에 바라보았다.
1410년에 만들어졌고,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된 천문 시계탑, 그러나 가장 오래 작동 중인 시계.
정각에... 특별한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쪼끄만 창문이 열리며 성인들이 회전하며 얼굴을 비추었는데 나의 감흥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
유명한 카를교(Charles Bridge)에 진입.
이 다리에서 우리나라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한국말이 자주 들렸다.
다리 입구과 끝에 있는 타워는 클래식 음반 사진으로 많이 봐왔기에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보는 느낌이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카를교에서부터 프라하 성으로 진입하여 성을 둘러보는 일정은 만만치 않은 체력을 요구했다.
프라하 성은 여러 거대한 건축물들의 집합소였고,
한곳 한곳 둘러보기에는 하루 일정으로 빠듯했다.
요새와 같이 둘러싼 큰 건물 안에 성 비투스 대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흰색 건물은 대주교의 관저(Archbishop's Palace).
대성당쪽으로 진입하지 않고, 성곽을 따라서 성의 둘레를 걸으며
체력을 일찍 소진시켜 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정원에 인접한 성곽 길을 따라 프라하 시가지의 올드함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성 입구마다 배치된 군인들의 교대식을 잠시 볼 수 있었고...
붉은 색 건물은 성 조지 바실리카(St. George's Basilica)
성 비투스 대성당(St. Vitus Cathedral)
성 입구에 있는 조각상은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의 1대 대통령이었던
코마스 마사리크(Tomáš Garrigue Masaryk, 1850~1937). 군주제의 폐지를 주장했고,
1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도움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을 이끈 정치인.
슈바르첸베크르 궁전(Schwarzenberský palác)에 있는 프라하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월요일... 미술관은 휴관이었다.
이 때문에 일정을 화요일로 미루기도 하고, 일요일로 앞당겨 보기도 했는데
나머지 일정의 예약들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냥 월요일에 프라하로 갔었다.
보헤미안 바로크 미술을 앞에 두고 온 섭섭함이 지금도 여전하다...
프라항 성을 내려와 다시 구시가지로 진입하는 카를교 인근을 둘러보았다.
# # # # # #
밤에 다시 블타바(Vltava) 강을 따라 걸었다.
유람선 위에서 큰 음악소리에 미친듯이 춤추는 관광객의 모습은
어느 나라나 사람들의 모습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또 갖게 해주었다.
우리에게는 몰다우(Moldau) 강이라는 독일어 이름으로 잘 알려진 체코에서 가장 긴 강.
이 쯤에서 체코 민족주의 음악을 세계에 알린 드보르작이 떠올라야 하고,
드보르작에게 민족주의의 영향을 미친 스메타나의 선율도 따라 흘러주고...
숙소에 인접한 마네수프 다리(Mánesův most)에서
카를교와 프라하 성을 바라보는 풍경이 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독문학에서 아주 중요한 작가인 (체코 프라하 태생) 프란츠 카프카의 박물관이 있었는데
이곳을 둘러볼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에 체코는 오스트리아 제국에 속했기 때문에 독일어를 사용했었다.
밤 8시가 넘어가며 카를교에는 낮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한국말은 사방에서 들렸다.
우리에게 프라하가 이 정도로 대중적인 관광지인 줄은 정말 몰랐었네...
제대로 된 야경은 밤 10시가 넘어야 가능할 듯 했다.
기다리다 지쳐서 밤 9시 반에 나는 철수했다...
체코의 물가는 독일에 비해서 50~70% 정도였다.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것을 사면서 확실히 저렴한 것을 체감하게 되었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계산하면서도 차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
환전을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긴 한데 나는 끝까지 유로화로 버티면서 오히려 지출을 줄였다.
다음날 오스트리아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고속버스에 탑승했다.
이 터미널까지 걸어오는 길에 느껴진 프라하의 모습,
그리고 터미널에서 프라하를 벗어날 때 보았던 모습은...
프라하 구시가지의 주요 관광지가 주는 웅장함 및 낭만스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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