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도심의 숲과 공원

스콜라란 2014. 3. 31. 04:10


평일 아침에 외국인청에 비자를 연장하러 가야해서 길을 나섰다.

그런데 전차가 안다니는 것이다. 파업...

이렇게 해서 노동 여건과 대중교통 환경이 좋아진다면 파업도 해야 한다.

지하에 묶어둔 자전거를 꺼내러 가기도 귀찮고 해서 3km를 그냥 걸었다.

우리로 말하면 행정구역 상으로 옆 동 또는 구까지 걸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유난히 자전거가 많았고, 대로변은 전차가 안다니는 탓에 다른 날보다 한산했다.

외국인청에 1등으로 도착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고, 무려 2시간이 소요되어 일이 끝났다.

느려터진 행정과 번거로운 절차, 어쨌든 유쾌하지 않은 외국인청이다.


오는 길에는 자전거 타고 둘러보던 옆 동네의 숲을 가로질러 걸었다.

평소에 너무 정적인 생활을 하는 탓에 운동도 할 겸.

이쪽 공원에는 펜스로 크게 둘른 곳이 있고, 그 안에 동물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작정하고 들어가 봤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의 도심에 있는 푸른 녹지대가 모두 공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은 아니었다.

공원(Park)도 있고 도시계획상의 도시림(urban forest, 독 Stadtwald)도 있었던 것이다.

동물들까지 들어와서 살고 있는 이 곳은 도시림이었다. 

'숲'에 대해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 비치된 브로셔의 내용을 모두 읽어보았다.


이 도시림은 1895년에 시가 매입한 땅으로 산림을 조성하기 시작하였고,

당시에는 약 100헥타아르(1,000,000평방미터/302,500평)의 규모였다고 한다.

나무도 심고, 호수와 산책로도 만들고, 1908년에는 12-3헥타아르 규모의 동물공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19년에 약 100헥타아르의 땅을 더 확장하여 도시림을 넓혔다.


처음으로 동물공원에 들어가 보았다.




개를 출입시키지 않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자전거 또한 입장할 수 없다.

안에는 동물들에게 줄 사료를 자판기로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손마다 들려진 작은 사료 상자를 보아하니 부모들이 사줘야 할 필수품인 듯 하다.


   






염소 새끼는 강아지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큰 소들에게 먹이를 놓아줄 수 있는 선반까지... 괜찮은 생각이었다.








한번씩 당연한 생각을 했었다. 녹색 환경이 정서를 좌우할 것이라는...

집 앞에서 토끼와 고슴도치를 마주하고, 각종 새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어디든 산책할 숲이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과 

매일 밤 길거리 고양이에 놀라고, 쓰레기를 뒤지는 쥐들이 돌아다니며,

아스팔트와 아파트와 매연에 묶여 사는 사람들의 정서는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잘 놀던 아이들은 동물공원의 문을 나설 때 여지없이 울어버린다. 

꼬마들의 특성!!  잘~ 놀고나서 스스로도 피곤하면서 괜히 심술 부리기...




특히 아이들을 위해서 참 좋은 환경이며, 개들을 위해서도 더 없이 좋은 독일이다.

넓은 잔디가 펼쳐진 곳에는 개와 주인들의 모임이 잦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곳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동물은 총칭하여 무섭다.


차 트렁크에서 내린 검은색의 큰 개가 나에게 달겨들었던 지난 겨울 날,

목줄을 끓어당긴 개주인이 미안하다며 나에게 서너 차례 얘기했음에도 

나는 그와 개를 여러번 째려보았다. 밤에 슈퍼마켓 가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었다.

아무튼 공원을 거닐면서 이 놈의 개들 때문에 한번씩 놀란다. 




먼 길을 걸어 집에 와서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겨울에 묵혀둔 자전거를 닦은 후

타이어에 바람을 채웠고, 몇 가지 소지품을 챙겨 다시 숲으로 들어섰다.

이제서야 약 8km 떨어진 곳에 있는 라인강까지 가보기로 한 것이었다. 

도로변 옆의 숲에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었고, 가끔씩 도로를 건너야 하는 

번거로움과 자동차 소음을 제외하고는 괜찮은 라이딩 환경이었다.





기온이 약 18도 정도였는데도 장난삼아 물에 빠지며 노는 아이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강가에 나와서 느낀 점인데, 강변에 인접한 주택들은 좋기도 하겠지만

화물선과 유람선들의 소음도 만만치 않겠다 싶었다.





혼자서 열심히 물살을 거스르며 운동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다시 힘들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 옆의 공원에서는 또 고기 잔치가 벌어졌다.

우리로 말하면 중고딩 애들도 지들끼리 뭔가를 구워먹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다.



썬글라스를 준비하지 않고 나갔던 나는 눈이 살짝 다친 것 같고,

땀에 흘러내린 썬크림 때문에 눈이 계속 가렵고 특히 더 피곤했다. 

무서운 유럽의 태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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