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의 가장 복잡한 트리니티 칼리지 담벼락을 따라서 걸으면 오른편으로 많은 상가가 펼쳐지고
칼리지 구역이 끝나는 곳 우측 일대가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의 구역이다.
길에서 마주한 어느 건물이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아래)이란다.
내가 책이나 인터넷에서 사전에 봐두었던 그 건물이 아닌데 좀 이상했다.
질서정연한 빨간-벽돌-주택의 배열은 더블린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심어주었다.
크리스마스 직전이라서 많은 자동차들이 루돌프의 뿔을 장식으로 달아두었다.
이 동네 유행이 요즘 이런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담해 보이는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건물을 발견했고,
굳게 닫혀진 펜스 철문과 안내문을 보며 또 인상이 일그러질 뻔했다.
완전 폐쇄는 아니고, 내부의 일부를 정리 중이어서 좀 전에 봐두었던
그 모던한 건물(신 건물) 쪽으로 입장하라는 지시...
1864년부터 선을 보인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은 100여 점의 세계 탑클래스 명작을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구 건물과 신 건물이 이어져 있었다. 영국(런던)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길가에서 지나쳤던 새 건물의 내부는 생각보다 구조적으로 멋있었지만
전시 공간으로 많이 할애하지는 않았다. 식당과 관련 사무실 및 아주 훌륭한 서점/기념품점... ㅋ
그래! 냉정하게 관람하고 가볍게 즐기면 그만 아닌가라는 생각에 모든 실망과 불만을 접어버렸다.
신관과 구관에 있는 전시관 하나씩 두 개의 방을 둘러보게 되었다.
아일랜드 근현대 미술을 전시한 방으로 들어가는 곳에서
아일랜드의 위대한 작가 12인 중 한 명인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의
동상이 잘 둘러보시라고 한 말씀 하셨다.
Prince Paul Troubetzkoy(1866~1938)의 작품
아일랜드 및 동일 문화권 국가의 유명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아직 저작권이 풀리지않은 작품들의 경우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는 표식이 붙어있었다.
낯익은 더블린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을 다수 볼 수 있었고,
아이리쉬와 켈틱 문화를 문학과 음악을 통해서가 아니가 그림으로 직접 접하는 첫 경험이었기에
좋은 회화 감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
Erskine Nicol (Leith 1825 - 1904 Middlsex),
The 16th, 17th (St Patrick's Day), and 18th March 1856
아일랜드의 문화를 말할 때 성 패트릭 데이 축제를 빼놓을 수는 없다.
Walger Frederick Osborne (Dublin 1859 - 1903 Dublin),
The Dublin Streets : a Vendor of Books 1889
책을 파는 행상의 그림은 참으로 정직한 구도임에도 상당한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Richard Thomas Moynan (Dublin 1856 - 1906 Dublin), Military Manoeuvres 1891
아이들이 입에 물고 있는 아이리쉬 휘슬이나 자연스런 동작에서 곧이서 작은 군악대 행진이 벌어질 듯 했다.
아일랜드 회화는 매우 향토색이 강하게 다가왔다. 유럽에서도 변방에 있는 섬나라여서인지
그림이 보여주는 느낌은 대륙의 유럽과는 또 다른 고유의 특성을 담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런 아이리쉬 문화가 개성이 강력하기 때문에 다른 문화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세계의 문학이 어느 나라에서 가장 발전했는가를 말할 때
우리는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의 쟁쟁한 나라들의 문학을 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20세기 최고의 작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작고 척박한 나라, 아일랜드의 제임스 조이스라는 작가의 이름이 비중있게 거론된다.
마치, 1800~1950년대까지 세계의 수학을 이끌었던 독일이지만
"그 당시 세계 최고의 수학자는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
독일 수학자들이 아닌 프랑스 수학자 푸앙카레를 언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
다른 방에서는 유럽의 명작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Pieter Brueghel the Younger (Brussels 1564 - 1638 Antwerp), Peasant Wedding 1620
Paul Signac (Paris 1863 - 1935 Paris), Lady on the Terrace 1898
이 미술관을 다녀온 이후에 위 프랑스 화가 폴 시냑(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알아보게 되었다.
다른 미술관에서도 이 화가의 땡땡땡 찍는 붓터치(점묘법)의 그림을 몇 번 볼 수 있었는데
더블린에서의 위 그림 앞에서는 한~참을 서성였다.
James (Jacques Joseph) Tissot (Nantes 1836 - 1902 Doubs),
Marguerite in Church 1861년경
Vincent van Gogh(1853-1890), Rooftops in Paris 1886
고흐의 그림도 하나 있었고... 고흐가 파리로 이주한 후 얼마되지 않아서 그렸던 풍경.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의 전체에 대한 관람을 할 수 없었던 섭섭함은 있지만,
복작거리는 더블린에서 이 정도의 미술관 관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미술관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아일랜드라는 한 국가의 최고/최대 미술관에 대해서는 어림 짐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
아무래도 미술관 쪽과 내가 궁합이 안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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