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일이 있어서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적잖이 파리에 대해서 놀랐습니다.
여행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감상이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 관광지를 너무 낭만적이고, 과대평가 하지않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왠가요?
외국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과의 차별화 전략인지...
분명히 프랑스 파리는 화려함을 좋아하고, 약간의 향락을 즐기며,
쇼핑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훌륭한 관광지일 것입니다.
거대 도시의 곳곳에 자리잡은 문화유산에 대해서 무관심하지는 않습니다.
비수기에 루브르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볼 의향이 있으며,
더 한가할 때에는 베르사이유 궁전에도 가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파리에 대한 저의 느낌은 특정 유물과 건축물에만 있지않고
도시 전체가 주는 이미지였습니다. 파리의 중앙역(정확히 말하면 파리 북역)에
도착하고부터 줄서기를 기본으로 해야하는 이 시스템에 적응이 안됐습니다.
단지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많은데 창구는 고작 5개만 열어놓고, 차표 판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차표 시간 하나 바꾸려고 줄을 섰다가 4~50분을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파리 북역
관광을 위해서는 지하철역 구간으로 이동하여 1~2일권 승차권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파리 시내 관광은 계속 전철을 타고 이동해야합니다.
저는 우선 역에서 가까운 몽마르뜨 언덕으로 갔습니다.
역에서 바로 걸어서 진입한 탓에 상점들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언덕이 언덕이 아니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으나
일대 상권의 조악함과 번잡함은 가히 경악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한때 배고픈 미술가들이 몰려들었을 때는 분명 낭만과 예술의 골목이었을테지요...
몽마르트 언덕 위에 있는 샤크레 쾨르 성당
성당을 오르는 길에 앉아서 파리시내를 조망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시작하면서 파리는 빈부격차가 너무 뚜렷하게
눈으로 보이는 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행색으로나 행동으로나
그들이 이 도시 인구의 기둥 밑을 차지하며, 거의 떠돌이처럼 살 것 같은 느낌은
경찰들이 계속해서 지갑과 핸드폰을 주의하라는 경고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물론 도시 곳곳이 더럽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지하철 환승시에 미로와 같은 굴을 지나면서 풍겨오는 찌린내,
계획적으로 만들지 않아 불편하게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는 구간들,
천정의 벗겨진 페인트에 가득한 곰팡이들...
그래서 파리의 밤은 반대로 더 화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를리 공항으로 이동하는 노선에서 노틀담 성당 역이 있어서 하차하여 잠시 둘러봤습니다.
파리 명소들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검색하심이 좋겠습니다.
저같은 성의없은 여행객의 설명 따윈 필요치 않습니다.
파리 도시 전체는 아스팔트가 대부분입니다. 중간 중간 공원이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많이 건조했습니다. 그러나 거리의 건물들 모두는 사진을 들이대면 그림이 됩니다.
파리에 왔으니 예의상 개선문과 에펠탑은 보고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고,
에펠탑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에 내려서는 더 건조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갖가지 수법으로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짜증이 났고,
어디선가 경찰이 오는지 후다닥 자판을 치우고 도망가는 유색인종들...
이런 와중에 소지품을 정말 주의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에펠탑에 조금 감동했습니다.
그냥 철탑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직접 봤을 때는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갖가지 굵기의 철심으로 저렇게 꼼꼼히 쌓아올린 모습은 예술임에 틀림없습니다.
프랑스혁명(1789년) 100주년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건축물(1889년 작품).
도시미관에 대한 찬반논쟁을 크게 일으켰고, 지금도 유지비가 정말 많이 든다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안쪽으로 들어가볼 엄두는 나지 않았고,
당연히 탑 위에 오르기도 포기했습니다. 대단한 관광지입니다.
비가 내리는데 저만 우산을 쓰고, 소심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세느강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은 에펠탑을 조망하는 가장 좋은 뷰포인트입니다.
이곳에서들 파리 인증용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지요, 특히 연예인들.
다시 전철을 타고 잠시 이동하여 미로같은 지하도를 지나 지상으로 올라오니
개선문 측면이 보입니다. 샹젤리제 거리의 화려함은 저의 피곤함에 관심을 잃고,
대로변의 차들을 보니 서울의 배기가스가 오버랩되고 말았습니다.
대로의 신호동 한가운데에 서서 개선문의 정면 사진을 담는 것으로
그리고 주변에서 이 웅장한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화려한, 세계 최고의 관광지 "빠~리"에 대한 시덥잖은 (개인적인) 기록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기차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기차 시간은 줄지어 보여주면서 오른쪽의 열의 승강장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제일 위의 기차 탑승 승강장의 번호가 보이면 사람들이 우르르 같이 이동합니다.
이건 또 뭔 코미디인가 하며, 마지막까지 시스템적이지 않은 "빠리"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언젠가는 "빠리"가 낭만적이고, 예술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겠지요?
여행의 감상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일 뿐입니다.
아! 지하철에서 연주하는 거리음악가들의 음악은 수준 높고, 감미로웠습니다.
그래도 지갑은 안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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