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존경스럽다, 독일의 도덕성

스콜라란 2012. 2. 17. 22:18

 

   귀 기울여 듣지도 않으면서 오전부터 뉴스채널을 그냥 틀어놨습니다. 그런데 10시부터 뉴스 전체에 하단부 자막이 깔리는 것입니다. 11시, 독일 대통령 "사임" 발표.

   독일은 우리와 달리 총리(여성 총리, 엥겔라 메어켈)가 막강 권한을 갖고, 대통령(크리스티안 불프)은 대외적인 행사나 참가하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대통령도 독일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 모범적인 남자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서 사임한다니 뭔가 문제가 있다 싶었습니다. 아직 독일어를 잘 못해서 잘 들리지도 않아 신문까지 출력해서 봤습니다. 지금 오후 시간에도 계속 이 뉴스만 나옵니다.

 

 

오전 11시 독일 대통령 사임 발표 생방송 장면, 옆은 그의 부인.

(사진 출처: www.zeit.de/politik/deutschland/2012-02/bundespraesident-wulff-ruecktritt )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독일 대통령 크리스티안 불프가 주택구입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활용하여 "대출 특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생방송 기자회견을 마련했고, 자신은 결백하지만 어쨌든 사임한다는 것입니다. ㅎㅎㅎ 우리에게 이건 뉴스깜도 아닌데 말입니다. 구입한 주택이 뉴스에 나오는데 큰 집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집이었습니다. ㅋㅋ  온갖 술책과 권력을 활용하여 재임 중 돈을 왕창 벌어들이는 한국의 비리 정치인들, 그리고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불법적인 특권을 누리려고만 하는 한국의 재벌들에 비하니 이 뉴스가 저에게는 너무 허무한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는 잘 나가던 독일의 30대 국방장관이 지난시절 박사논문의 작은 일부분이 남의 것을 베낀 것으로 밝혀져셔 결국 사임했습니다. 이때도 정말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남의 논문을 자기 것으로 버젓히 발표하고, 책이나 논문에 남의 것 또는 자신의 이전 실적물을 그대로 싣고도 관례 등의 핑계를 들이대며 떳떳히 버티는 한국의 학자들에 비하면 이게 뉴스인가요?

 

   하지만 바로 이런 독일의 모습 때문에 제가 독일에서 좀 더 버티려고 합니다. 이 나라에 실망하고,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가도 이런 뉴스를 보면... 여기서 좀 더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딱 그렇습니다. 제가 한국의 사회생활에서 화가 나고, 비리를 참지 못하여 혼자 스트레스 받으며 한국을 잠시 떠나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한편으로 꿈꾸던 다른 사회는 정의가 살아있는 곳이었습니다. 지금 독일에서 그런 일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뉴스의 대부분은 여전히 대통령의 사임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독일어가 촥촥 들리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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