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글루바인 = 크리스마스와인

스콜라란 2011. 12. 7. 10:41

 

   낮에 공부는 안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철학책을 읽다가 졸음이 왔습니다. 역시 정신 분석 쪽은 저에게 재미가 없습니다. 구조주의 쪽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참아가며 읽고는 침대에 스스륵. 마~악 꿈 속으로 빠져들려는 찰나! 심하게 움찔하는 경련에 눈이 다시 떠졌고, 웃음이 나서 뻘줌하여 일어났습니다. 오후 4시 반, 하늘은 밤이 되려는 중이었습니다. 5시 반이면 깜깜한 밤이 됩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인터넷을 하다가 또는 추운 듯하면 웃옷을 입기도 하면서 부산을 떨고, TV 앞에 앉아있을 때는 크리스마스 와인을 마셨습니다. 쌀쌀한 날 마시는 백화수복같은 느낌이 오네요.

   지금은 새벽 2시. 왼편에 노란 빛을 안겨주는 기름 랜턴 켜놓고, 와인잔 옆에 두고... 비가 옵니다. 5일째 이렇게 비가 옵니다. 쏟아지다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파란 하늘이 나왔다가, 다시 시커먼 구름이 다가온 후 비가 내립니다. 어제 이 시간 즈음에는 번개가 번쩍였고, 지금은 꽤 굵은 빗줄기가 창에 자국을 남기고 있습니다.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남은 와인을 마저 데웁니다. 오늘 그냥 끝내려구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마시는 와인을 글루~바인(Gluehwein)이라고 합니다. ue가 아니고 u 위에 쩜 두개가 있는 우-움라우트인데 자판에 움라우트가 없으면 u 뒤에 e를 씁니다. 또는 타이핑시에 "u로 치면 우-움라우트인 것을 이곳 사람들은 압니다. 그리고 h자 때문에 장음이 되었고, 와인의 w는 ㅂ 발음이 나므로 '바인'이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와인인 글루바인은 지난 번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서서 머그컵에 든 따뜻한 것을 마시길래 커피인 줄 알았더니 와인이었습니다. 글루바인은 이렇게 따뜻하게 데워서 마십니다. 늦여름부터는 우리의 막걸리인 페더바인을 열심히 마셨는데 지난 주 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저는 글루바인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슈퍼에서도 병에 든 글루바인이 보였습니다. 코르크 마개 따윈 없고, 그냥 돌려서 땁니다. 용량은 1리터이고, 적포도주이며, 가격은 2천5백원 정도합니다. 맥주, 와인은 정말 싸네요. 그리고 우리동네에서 파는 글루바인은 뉘른베어그(N"urnberg) 지방에서 왔습니다.

 

 

 

*글루바인 : 설탕이나 꿀 또는 향료를 넣어서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적포도주

 

 

 

   데워먹는 것이라니까 저도 데워서 마십니다. 한국에서 독일로 떠나기 전에 자질구레한 세간살이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다보니 막걸리 잔까지 독일로 같이 오게 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ㅋㅋ

   잔에서 살짝 연기가 피어오르면 적당히 마시기 좋습니다. 펄펄 끓여먹는 술은 아니고 데우는 정도면 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막걸리 잔에 그대로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나름 머그잔에 따라서 마십니다. 이 술의 알콜도수는 10도입니다. 그런데 쓰지는 않습니다. 위의 글루바인은 마실 때 눈이 좀 맵습니다. 향이 진하거든요. 병 레벨에 붙은 문구를 들여다봤더니 이 와인을 요리에 사용하지는 말라고 되어있습니다.

 

 

 

 

   이 술이 왜 쓰지 않은지는 어제 알게 되었습니다. 밤에 뉴스를 보는데 어느 실험실에서 글루바인 성분분석을 했습니다. 당췌 못 알아듣겠는 말들 중에서 화면과 오버랩되며 중요한 것은 들렸습니다. 말하자면... 1리터의 와인에 각설탕이 8개나 들어간답니다.

   설탕, 지겹습니다. 어찌나 음식들에 설탕들을 많이 넣는지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독일 TV에서는 요리프로그램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런 방송을 보고 있으면 얘네들이 설탕을 각종 음식에 들이부으면서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포츠가 발달한 나라에서 이렇게 비만이 많은 이유가 좀 설명이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글루바인이 저에게 좀 안맞습니다. 와인을 별로 즐기지 않아서도 그렇겠지만 맛이 많이 진하고, 뒷맛에 아주 짧게나마 비릿한 느낌이 옵니다. 괜히 민감한 '척' 중입니다. 

 

 

 

 

   슈퍼에서 또 다른 글루바인이 있어서 어제 사봤는데요, 같은 뉘른베어그 술입니다. 바이오(Bio, 비오) 딱지가 붙었고, 앞선 글루바인보다 향은 덜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글루바인은 이제 그만 마시려구요. 지금도 뒤끝이 뭔가 안좋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잔을 기울이고 없애겠습니다.

   빗줄기가 좀 잦아들더니 새들이 크게 '꺼억꺽'하고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야심한 새벽에 같이 취하나 봅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유럽, 좋은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감자전  (0) 2011.12.10
독일 대표 분식, 커리부어스트  (0) 2011.12.09
양파로 인한 그리움  (0) 2011.11.29
쾰른대성당 크리스마스시장  (0) 2011.11.27
쾰른(Köln), 크리스마스 시장  (0) 201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