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기차 안에서 본 독일의 풍경은 매우 삭막했습니다. 눈으로만 덮혀 있어서 그랬거나, 새벽녘이어서 푸르스름함이 가시지 않아서 그랬거나 였겠지요. 그리고 어떤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독일에도 이렇게 빈민촌이 있나하는 착각이었습니다. 봄이 오고, 푸르름을 직면하게 되면서, 그리고 독일 사람들의 패턴을 좀 파악하게 되면서 착각했던 그 빈민촌은 한가함의 대명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작은 판자집들이 자주 보입니다. 크지도 않아 어른의 키높이 정도에 천장을 맞춘 집들이어서 더더군다나 처음에는 빈민촌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런 집들(이하 스머프집)은 날이 좋을 때 독일 사람들이 정원놀이를 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일종의 휴식공간입니다.
우선 독일의 주택이 저의 예상과는 달랐기 때문에 이런 주말(?) 정원과 스머프집이 발달한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한 유럽의 집들은 개인 단독주택에 정원이 딸려있고, 주차공간이 마당에 확보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런 경우는 대부분이 아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로망이죠! 독일의 대다수 주택은 다세대주택 또는 연립주택의 형태입니다. 그리하여 많이 삭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나무가 워낙 많아서 그런 회색 느낌을 씻어주고 있습니다. 역시 나무가 중요합니다... 독일 주택의 특성상 개인 정원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다른 땅에 정원을 마련해 둔 것을 제가 처음에 오해했던 것입니다. 우리의 주말농장 처럼 임시로 분양을 받은 것인지, 토지를 구매한 것인지는 몰라도(개인적으로 관심 없음) 자기의 정원에 작을 집을 스스로들 지어놓고, 주말에 와서 고기도 굽고, 맥주도 마시면서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소일거리를 하며 보냅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도 아주 가까운 곳에 이런 정원들이 즐비하게 있습니다. 여기는 특히 큰 공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스머프집들이 축구장 4개 정도의 넓이로 펼쳐져 있습니다.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을 나누고, 외곽으로는 펜스까지 설치해 두었으니 시설 관리도 철저해 보이구요.
지금까지 제가 파악한 바로는 이런 정원들이 온 가족의 쉼터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녹지가 많아서 도심에서도 항상 자연을 접하며 살고 있으면서 왜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독일인들에게 정원 가꾸기는 가장 대중적인 레저입니다. 스머프집을 매우 잘 꾸미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들 그네, 미끄럼틀, 미니 수영장 등을 설치하기도 하고, 바베큐 시설, 야외 침대 등도 많이 갖다 놓았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느 정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추구하는 것이 동일해지나 봅니다. 그래서 독일인들의 생활에 비하면 도심에 녹지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생활이 참 각박해 보이죠. 아이들은 자연에서 성장하고, 어른들은 자연에서 휴식하는 날을 꿈꿀 텐데 우리는 준비가 덜되어 있다고 여겨집니다. 오늘도 독일에서 푸른 공원을 산책하다가 집에 오는 길에 스머프 마을을 가로지르며, 다른 것은 몰라도 자연주의적인 독일사람들의 취향과 삶의 패턴은 참~으로 부럽다 싶었습니다. 조만간 이런 부러움을 다시 한번 글로 올리겠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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