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자전거를 즐기는 유럽에서 가장 저의 눈이 번쩍 뜨인 것은 제가 이름 붙인... 일명 '빛의 속도 자전거'입니다.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 어른들이 놀라서 소리지르고 날리 칠 때가 있거든요. 운동발달 및 유아체육 해외 전공서적에서 가끔 보던 이 자전거가 우리나라에서는 별 인기 없습니다. 천재 애들을 얼른 책상에 앉히고 영어 가르치기도 바쁜데 이런 자전거 태우겠습니까? 아이들이 뛰놀 여건이 부족한 것은 더 큰 문제이구요. 그런데 이 자전거를 이곳에서는 매일 매일 보게 됩니다. 얼마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이가 있었다면 꼭 사줄 아이템이었을 것입니다.
빛의 속도 자전거는 페달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두 발로 밀며 타는 것이죠. 간혹 브레이크가 있는 것도 있는데 브레이크도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의 두 발이 브레이크 역할도 해야 합니다. 고로 이 페달없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월령은 걷기 시작하는 12개월 이후가 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2살 부터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5~6살 정도까지도 탑니다. 보행이 시작되는 아이들에게 다리 근육을 키워주게 되는 이 자전거는 정확히 두 다리가 인간보행의 족적을 따르게 하는 간단한 원리를 가지며, 스스로 밀어야하므로 다리 운동에서 좋습니다. 최고로 예뻤던 모습은 입에 젖꼭지를 물고, 헬멧을 당차게 쓰고, 앞으로 씽씽 나아가는 광경이었습니다. 귀한 자식들을 배려하여 하나 빼고는 뒷 모습만 담았습니다.
부모들과 함께 외출시 영유아들은 거의 이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걷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안아야 하는 부모에게도 좋고, 부모의 보행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좋습니다. 제가 빛의 속도라고 했듯이 가끔은 너무 빨리 달려서 위험할까봐 부모들이 뒤에서 소리지르며 뛰어오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단점은... 애가 안탄다고 했을 때 온전히 부모의 짐이 되겠죠. 애도 안고, 자전거도 들고가며 땀 흘리는 부모들도 보입니다.
우리 동네 쌍둥이도 자주 엄마와 함께 운동하러 갑니다.
가끔은 페달과 기어 달린 자전거를 타는 아빠가 애들을 뒤에 두고 그냥 가버리기도 하지요. 이건 너무 불공평합니다.
어떤 운동 행동(motor behavior)이든 경지에 오르는 수준이 있습니다. 매우 기술이 좋다느니(skillfulness), 능숙하다느니(dexterity) 등의 표현을 쓸 수 있는 이런 수준의 운동능력 소지자들은 초보자나 몸치와는 질적으로 다른 동작을 보여주게 됩니다. 빛의 속도 자전거를 타는 영유아들 중에는 '양발 교대로 밀면서 가다가 속도가 붙으면' 아래와 같은 동작을 연출하는 것이 최고 경지! 되겠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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