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의 빵집에서 새롭게 보는 빵, 벡크만(Weckman)이라는 빵이 있습니다. 사람 모양이지요. 안에 뭔가는 들어있지 않지만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빵을 살 때 몇 번 왜 벡크만이라고 부르냐고 물었지만 정확한 대답을 못 들었습니다. 왜 사람 모양이냐는 물음에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정도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끔 부드러운 맛을 주는 벡크만 하나에 1유로 35센트를 주고 삽니다. 지난 번에 어쩌다 화, 분노, 증오 등의 감정이 치밀어 벡크만 빵을 먹으며 풀어봤습니다. 배고플 때 하나 사서 부드럽게 먹기에도 좋습니다.
고려 및 조선시대의 형벌 중에 '육시'라는 것이 있답니다. 신체를 여러 조각으로 찢어 죽이는 무시한 형벌입니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누군가를 험하게 욕하는 말이 '육시랄'이지요. 벡크만을 홧딱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조각내서 먹으면 좀 풀립니다. 그러나 저는 분노의 대상을 벡크만으로 이입시켜서 더 체계적으로 잔인하게 먹습니다. 일단 머리를 뜯어먹습니다. 한방에 모가지 부분을 뎅강 물어냅니다. 화의 정도가 매우 크다면 눈알을 먼저 빼먹어도 됩니다. 이후에 팔을 차례로 뜯어 먹습니다. 벡크만이 들고 있는 막대사탕을 뽑아 손잡이 부분으로 배를 좀 찔러줍니다. 그리고 몸통을 베어 먹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다리를 한쪽씩 씹어서 삼킵니다. 증오의 대상이 모두 제게 잡혀 먹힌 것입니다. 인간은 공격성을 풀 곳이 있어야 합니다. 스포츠는 합법화된 공격성 발휘의 장이지만 독일에서는 간단히 벡크만으로 공격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우유가 들어가서 부드러운 벡크만을 씹을 수 있어 좋습니다.
독일의 빵은 방부제와 설탕이 안들어갑니다. 그래서 빵의 겉 부분은 빨리 딱딱해집니다. 하지만 그 드세보이는 빵의 겉껍질을 뚫고 씹으면 부드럽고 담백한 독일의 맛난 빵을 만날 수 있답니다. 독일의 음식 중에 가장 신뢰가 가는 것이 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빵을 좋아하면 이 낯선 나라에서 식생활이 간단히 해결될 텐데 저는 그렇지 못해서 빵은 어쩌다 먹는 음식이랍니다. 그러나 서서히 독일 빵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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