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개인 세탁기가 없이도 잘 살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답니다. 공동 세탁기는 고시원에 살 때 써본 이후 처음이거든요. 그때는 옷들이 자주 없어져서 저의 심기가 많이 상했었지요. 외국(서구)에서는 세탁기가 없는 집이 많다는 얘기는 여러 번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집을 보러 다녀보니 실내에 세탁기를 들여놓을 공간을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는 곳도 역시 그렇구요. 처음에는 세탁기를 하나 사려고 했는데 왜케 비싼지... 삼성, LG는 더 비싸서 그냥 말았습니다. 세탁기로 인한 전기세도 무시할 수 없어서 동네에 있는 빨래방을 눈팅 해두었습니다.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동네에 있는 빨래방을 다녀온 이후로 이 생활에 적응할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빨래방을 다녔던 친구가 홈리스(거지)가 빨래방에서 옷을 빨아 입고 나가는 모습에 다시는 가지 않았다는 그런 공포심을 저는 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인, 학생, 직장인, 가정주부들 등의 모든 동네사람이 고객이었습니다. 처음 빨래방을 갔을 때 어느 할아버지가 빨래를 건조한 후 속옷, 겉옷을 분류하여 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빨래방의 시스템이나 청결 상태도 괜찮아서 저도 그냥 계속 이용해보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별 불편함을 모르겠습니다.
빨래가 돌아가는 45분 동안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국 가게에 김치나 쌀 등을 사러가기도 합니다. 돌아오면 빨래가 거의 끝나 있구요. 건조기도 한번 돌려봤는데 개인적으로 건조기 사용은 안하려고 합니다. 빨래를 너무 괴롭히는 것 같거든요. 저는 집에 햇빛이 많이 들어와서 집에서 말리는 것이 더 낳습니다.
빨래방의 단점은 빨래를 두 번씩 돌리던 생활이 종말을 고한 것과 한번에 3유로(4~5천원)라는 돈이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어떨 때는 2통 돌리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니 트렁크 등을 끌고 와서 3통을 돌리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ㅋㅋ 6~10시 사이에 2.5유로로 할인해주는데 저 같은 게으름뱅이는 가지도 못합니다.
이제는 독일의 국민 빨래가방(IKEA)을 들고 다니는 제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살아보다가 정~ 안되겠으면 그때 가서 세탁기 구매를 고심해보지요.
빨래는 역시 햇볕에 말리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런데 빨래방에서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우두커니, 한가하게 앉아있으면... 내가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문뜩... 살면서 내 마음이 이렇게 편한 적이 있었던가... 가을 햇살이 참 따듯하고... 무료한 듯한 일상이 낯설기도 하고...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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