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날씨

스콜라란 2011. 10. 7. 01:26

 

   독일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과거 경험담이 과장되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 바로 날씨입니다. 지역에 따라서 물론 편차는 크겠지만 제가 체감하는 독일의 날씨는 (특히 기온)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독일에서도 스위스에 인접한 남부의 프라이부륵(Freiburg) 쪽은 상당히 날씨가 좋아서 독일인들이 살기 원하는 도시 1위로 뽑힌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있는 북서부 권역 또한 날이 아주 후지지는 않습니다.

   보통 독일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말하길 독일 날씨가 우울하다입니다. 흐리고, 비가 잦다는 것인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맑을 때는 뜨겁고 샛~파랗게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으며, 공해가 덜해서인지 밤에는 별들이 참 많이 보입니다. 지난 2주간의 날씨는 이틀 정도를 제외하고 정말 좋았습니다. 어제는 좀 흐렸고, 오늘은 비가 흩날립니다. 독일이 우리와 다른 점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하루 종일 쏟아 붓는 그런 장마 시즌의 비를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름 독일의 비는 갑자가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엄청난 양이 한꺼번에 내립니다. 이때 실외에 있다간 홀딱 젖는 일은 당연합니다. 저도 길을 걷다가 우산으로는 감당이 안되서 다른 집의 처마 밑으로 피한 적인 두어 번 있습니다. 많은 비가 천둥 번개를 동반하기도 하면서 격렬하게 쏟아지지만 짧게는 약 5~10분만 기다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개입니다. 일명 샤우어(der Schauer)!! 샤우어의 사전적 의미는 ‘짧은 시간 동안 대량으로 내리는 소나기나 우박 따위’입니다.

 

 

지난 7월 멍~때리며 바라보던...

 

 

 

   낮 12시를 넘으며 거친 샤우어가 지나갔습니다. 멀리 어느 집에서 일하던 인부들도 차 안으로 대피했습니다. 그 옆으로 유모차를 끄는 어떤 엄마는 어지간하면 다른 집 처마 밑에라도 있다가 가면 좋으련만 끝까지 유모차를 끌고 앞으로만 나아갑니다. 유모차에 빗물을 담아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세상이 회색으로 변할 정도의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저 모습에 아이가 감기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잔잔히 비가 내립니다. 바람이 불어서 빗줄기가 사선으로 춤을 추고 있고, 하루 사이에 집 앞의 은행나무 잎 몇 개는 초록에서 노랑으로 변했으며, 또 몇은 붉은 빛이 감돕니다. 밤에는 평균 12~15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고, 낮에는 20~24도로 올라옵니다. 아직 반팔과 긴팔을 번갈아가며 입고 있는데 곧 완전한 가을이 올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차분히 비가 내리는 오후에 남들은 찌짐, 빈대떡, 부침개를 먹고 싶겠지만, 저는 수제비나 얼큰한 국밥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여기는 독일입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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