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트가르트에서 한 시간 정도 기차를 타면 대학의 도시라 일컫는 튀빙엔에 도착합니다.
튀빙엔 대학은 1477년에 세워졌고, 철학자 헤겔 및 1869년에 DNA를 발견한 프리드리히 미셔도
이 대학 출신입니다. 현재 작은 도시의 인구 40%가 대학생들이라고 합니다.
이 대학에서 공부한 국내 학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여 저도 가봤습니다.
크기 않은 도시에다가 전쟁의 여파가 미치지 않아서 중세 시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독일 안에서 몇 번째로 예쁜 도시로 꼽힌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보니 여기까지 와서 전쟁치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큰 도시인 슈트트가르트나 부수면 되지, 뭣하러 여기까지 들어와서 고생하겠슴까?
튀빙엔(Tuebingen)에 가까이 갈 수록 -잉엔(ingen)으로 끝나는 지명들을 마주했구요.
개인적으로 도시 전체가 저에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답니다.
역에서 내려 넥카(Neckar) 강을 건너면서부터 시작되는 언덕길이 배낭여행객인 저에게는
이래저래 힘들었구요, 큰 학회로 인해서 호텔(숙소)들이 모두 가득차 방을 구하느라 아주 애먹었습니다.
정말로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요. 뭔가 아다리가 잘 안맞았나 봅니다.
인포메이션에서 받은 자료를 뒤져 개인이 하는 민박을 얻어서 겨우 하루 묵긴 했습니다.
튀빙엔 중앙역
이번 주말부터 지역축제라서 도시 전체에 꽃단장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인포메이션은 넥카강을 건너는 다리에 있으니 참고하시길...
중앙역에서 내려서 학생들이 가는 길을 따라 가면 바로 넥카강을 건너는 다리에 도착합니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편으로 바로 구시가지가 펼쳐집니다.
오르락 내리락... 좀 힘들었지요.
구시가지에서 가장 저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논넨하우스(Nonnenhaus)입니다.
1488년에 지어진 집으로 목골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Fachwerkbau)입니다.
처음에는 도미니크회 수녀들(Dominikanerinnen)이 살았고,
이후에는 베긴회의 수녀들(Beginen)이 살았으며, 좀 개조를 하여 1501년부터 1566년까지는
식물학자 레온하르트 푹스(Leonhard Fuchs)가 거주하면서 좁은 물길 쪽으로 나온, 그러니까
길 위로 삐죽 나온 부분을 실험실로 사용했답니다. 지금은 관현악기를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어둑해질 즈음 이 집을 구경하면서 안에 보이는 바이올린 등의 악기들이 너무 예뻐 보였답니다.
구시가지 안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을 암머 운하(Ammerkanal)라고 한답니다. ^^ ㅋㅋ
쬐그만 시장광장(Marktplatz)에 있는 구 시청 건물은 외관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절의 탱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청에서 더 위로 올라가면 이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호헨 튀빙엔 성'이 있습니다.
높은 튀빙엔 성이라는 뜻이구요. 건물이 꽤 큽니다.
1000년대부터 지어졌다고 하는데 성의 건물들이 너무 모던해서
옛스러운 향수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어둑해질 때에 올라갔는데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더군요. 곳곳에 앉아있는 이들로 있해서 몇 번을 놀랐습니다.
많이 어두울 때 밝게 찍는다고 했는데 선명하지는 않네요. 이런...
구 시가지와 대학 방향
중앙역과 외곽 방향
구 시가지 건너편에 있는 대표적인 건물은 법원(우)입니다.
옆 건물에 누군가 낙서로 '이것은 문이 아닙니다'라고 썼습니다.
센스 없기는... '천국으로 가는 문입니다' 정도는 써놨어야지!!
구 시가지 옆에 공원(식물원)이 하나 있는데요, 여기도 개울(암머 운하)이 흐르면서 푸르고 좋았습니다.
이 공원은 튀빙엔 대학의 일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학 쪽은 다행히 평지이구요.
튀빙엔 대학의 대표적인 건물인 노이에 아우라(Neue Aula)는 직역하지면 새로지은 대형 강의동입니다.
들어가봤는데 강의하는 건물 다웠습니다.
튀빙엔 대학의 도서관... 오래된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대학이 전체적으로 아스팔트로 덮여있어서 중세 대학의 고풍스러움은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전거길이 시원하게 잘 되어있어서 대학생들에게는 좋아보였습니다.
튀빙엔에 와서 너무 고생을 한지라 정말 힘들었지요.
어렵게 구한 숙소는 방음이 거의 되지 않아 밤새 뒤척거렸습니다.
밤 늦게 도착한 배낭여행객 두 명이 1시 정도에 샤워를 하는지, 뭐를 먹는지
계속 달그락 거리고, 100년도 넘은 집이라 바닥이 휘어서 침대도 기울어져 있고...
잠이 안와서 티비를 틀었는데 더 잠깨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 어쩌구해서 제가 긴장했지요. 우리가 빠질리 없습니다.
1위. 이스라엘 / 2위. 한국 .... 그러더니 갑자기 30위. 독일
요지가 뭘까요? 독일도 분발하자는 의미인지...
다음날 아침에는 문을 잠그고 나오는데 글쎄 문고리가 떨어지는 겁니다.
(주인이 열쇠는 1층에 그냥 두고가라고 했거든요.)
힘도 없는데 제 손에 들린 문고리를 보며 그냥 멍 때리고 말았습니다.
'뭔 일이지 이건...'
좁은 넥카강에 플라타너스 나무로 덮힌 섬이 있습니다.
이 플라타너스 길이 유명하다고 하여, 커피를 마시며 걸어줬지요.
중간의 다리로 나와서 작은 공원을 지나면 바로 중앙역에 도착합니다.
마지막 사건은 튀빙엔에서 슈트트가르트로 가는 기차가... 9시 출발인데 이상한 조짐을 보이더군요.
가다 서다 가다 서다, 엔진 소리도 무진장 크고... 고장이었습니다.
중간에 내려서 다른 열차로 타라는 방송이 나오고, 어느 낯선 역에서 좀 짜증이 났지요.
이 때문에 11시에 도착했어야 할 다음 행선지 울름(Ulm)에 12시 반에 닿았습니다.
독일 기차의 이런 연착율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30% 정도 였습니다. 늦으면 기본 1시간 이상을 늦어버리지요.
당황치 마시고, 역의 인포메이션에 가서 연착했으니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기차편을 달라고 하면
바로 조치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슈트트가르트에서 울름까지는 ICE를 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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