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좋은 기억

자판기 커피

스콜라란 2011. 3. 11. 05:51

 

   지난 주에는 언제나처럼 가득 찬 배낭을 짐어지고 걷는데 왼쪽 어깨 끈이 끊어졌습니다. 박음질 부분도 아니고, 중간 부분이 정말 싹뚝 끊어지면서 오른쪽 어깨에 부하가 엄청 실렸지요. 오전에 나가는 길이었고, 다른 날보다 책을 더 가져가서 밤에 집에 오기까지 고생 좀 했습니다. 물론 가방이 10년 된 점도 있겠지만, 그렇게 배낭의 어깨 끈 중간 부분이 절단(?)되었다는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러기까지 끈이 버텨 준 시간들이 감사하지요. 견디다 못해 한계에 다다라서 끊어지기까지 저는 가방 끈의 고달픔을 몰랐던 것입니다. 물리로 말하면 상변이가 일어났지요. 역치(threshold)의 순간이 발생하여 패턴의 변화가 발생... 으 ... (나는 이곳에서 내 공부를 찾아가야 할 것이당~)

   이번 일로 예정에도 없던 지출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아주 튼튼한, 30년간 보증을 해준다는 큼직한 배낭을 구입하였지요. 배낭이 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오늘 오전에 받아서 짊어지고 나간 후 저녁 때는 일이 있어서 시내에 나갔다가 슬그머니 도서관을 지나쳐 집에 오고야 말았습니다. ㅋ 여하튼, 사는 것은 소비 생활과 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입니다. 머리가 길었다던가, 손톱이 길어졌다든가, 작은 상처가 아무는 것을 느낄 때... 이럴 때 저는 '내가 인간으로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죽음 또한 결국 살아있음이 변화된 새로운 상태라는 것이 확 느껴지는 밤 !

 

   가방 구입 처럼 예정에 없던 지출을 할 때는 약간은 한탄 섞여서 '사는 것이 이렇구나'라는 자조를 내놓습니다. 요 근래에 약간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자판기 커피 때문입니다. 독일에 우리 식의 다방커피 자판기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난 12월에 처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릴 때에 커피 자판기를 봤습니다. 날도 추워서 한잔 뽑아먹고 싶었지만 자판기의 위생상태가 영 믿기지를 않아 그만 두었었지요. 독일 땅에 처음 발을 딛는거라서 긴장하기도 했었구요. 그래서 그때 커피를 안마시고, 그 추운데도 콜라를 먹었습니다. 그때 본 자판기가 도서관 휴게실에 있습니다. 커피의 종류가 10가지 정도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입맛에 맛는 커피 2개 정도는 확보해 두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도서관에 가면 한두 잔씩 마시다가 불현듯 든 생각... '이거 너무 비싸네!'

   외국 생활의 처음이 다 그렇겠지만 물건을 살 때마다 우리 돈으로 얼마일까를 생각하며 비교하게 됩니다. 1유로를 1500원 정도로 계산했을 때 역시 우리보다 싼 것은 맥주와 빵입니다. 기타 다른 것은 비슷하거나 비싸죠. 스타벅스 커피는 우리나 독일이나 우리 돈으로 5~6천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자판기 커피는? 한국에서 150~200원에 먹던 커피가 여기에서는 80~90센트(1300원) !!!

 

막강 콜라 옆의 "카페(Kaffee)" 자판기

 

 

   이리하여 커피자판기 경계령을 내리고, 슈퍼마켓에서 믹스 커피를 사왔습니다. 꼭 돈을 아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곳의 자판기 커피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도 솔직히 우리보다 질이 좋은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또한 우리의 1회용 컵보다 약간 큰 컵에 가~득 나온답니다.

 

 

 

*70% 정도의 마음을 담는 일기 비슷한, 편히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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