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림책 같은 독일어 교재에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았던 '피나 바우쉬'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부퍼탈(Wuppertal)이라는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부퍼탈을 대표하는 것 두 가지는 부퍼(Wupper)강 위를 매달려서 달리는
'쉬베베반'과 세계적인 현대무용수 겸 안무가인 '피나 바우쉬' !
언젠가 무대에서 피나 바우쉬(Pina Bausch)는 공연 중에 자신의 춤이 마음에 들지않아서 그냥 나가버렸고,
그녀의 행동에 관객들이 매우 화를 낸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요?
그녀의 춤에서는 춤과 음악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사(Sprechen), 노래(Singen), 묘기(Acrobatik),
조명 및 영상 효과(Licht- und Videoeffeckten)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기괴하죠!
피나 바우쉬의 현대무용 작품들은 몸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저는 피나 바우쉬의 작품이 무섭기도 하고, 이해 못 할 상징들의 나열로도 느껴집니다.
저도 수 년간 무용과에서 무용을 간접 경험했지만 '창작 무용이라는 예술은 알 수 없다’라는 말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발악을 해가는 안무가들을 보게 되면 저는 작가정신의 '실종'에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됩니다.
예술이 어쩌니 하더니, 결국에는 한 자리 차지하려고 작품을 올리는 모습도... (그들에게 예술은 진작에 없었다!)
피나 바우쉬의 유명한 말(인터뷰) 중 ‘나는 움직일 때, 느낄 수 있다(Wenn ich mich bewegt habe, konnte ich fühlen.)’는
그녀의 춤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줄 것입니다. 영화 ‘빌리 엘리엇’에서 주인공 빌리 또한 같은 의미의 대사를 던졌습니다.
1940년에 태어난 피나 바우쉬(2009년 사망)는 독일의 에센(Essen, 부퍼탈 위)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무용교육(Tanzsbildung)을 받았고, 미국 뉴욕의 줄리어드 음대(Julliard School of Music)에서 공부했습니다.
1968년부터 안무가(Choreographin)로 활동했고, 1973년에 부퍼탈 무용극장(Wupperthaler Tanztheater)의
단장(Leiter, Chef)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부퍼탈 무용극장은 ‘피나 바우쉬 무용극장(Pina Bausch Tanztheater)’으로
불리게 되었고, 그녀는 독일의 무용 여왕(die tanzende Königin)이 되었습니다.
독일 서쪽에 위치한 대도시로는 쾰른이 있고, 그 위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hlen) 주의 주도인
뒤셀도르프(쾰른 아님!)가 있으며, 그 옆에 있는 도시가 바로 인구 36만 명의 부퍼탈(Wupperthal)입니다.
부퍼탈에는 강 위에서 거꾸로 매달려 운행되는 전철이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이 교통수단의 정확한 이름은
쉬베베반(die Schwebebahn)입니다. 골짜기 도시의 가운데를 관통하는 강 위에 촘촘히 철골 구조물을 만든 것인데,
1887년에 만들어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면서 부퍼탈 시민들의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독일어 동사 쉬베벤(schweben)은 '둥실둥실 떠있다'라는 뜻입니다.)
관광객을 위한 옛 전철도 정해진 시간에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www.schwebebahn.de).
쉬베베반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1950년에 쉬베베반으로 이동 중인 서커스단의 아기 코끼리가
놀라서 강으로 뛰어내렸는데 진흙에 떨어져서 다치지 않고 걸어나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일이 토픽으로 외국에 알려지면서 쉬베베반이 자연스레 홍보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배차 간격은 평일에는 3~4분, 토요일 5분, 일요일은 6분입니다.
정거장 수는 총 20곳. 이 중에서 강 위로 안가는 구간은 남쪽 마지막 4곳입니다.
총 길이(편도)는 13.3km이고, 역 마다의 간격은 700m입니다. (위 사이트 참고!)
어쨌건 갑자기 무용에 대한 생각과 쉬베베반을 타보겠다는 생각으로 나들이를 갔더랬습니다.
작은 곳을 좋아하는 저는 본(Bonn)에서 쾰른을 거쳐 1시간 30분(기차) 정도 걸려서 부퍼탈 중앙역에 도착했습니다.
일단 중앙역 인근에 있는 부퍼탈극장 부설 소형극장을 향해 걸어갔고, 극장을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창 너머로 들여다보니 피나 바우쉬의 사진 몇 장은 보이더군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서 잘 알까?'
극장 뒤로는 작은 강이 휘감으며 흘렀고, 이곳 명물인 쉬베베반의 철로와 귀여운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후에는 쉬베베반을 탔는데 90분 동안 탈수 있는 차표는 2.3유로(3천5백원 정도)였습니다.
부퍼탈 극장과 영화관 옆에 있는 역은 좋은 곳이었습니다. 다른 역은 후진 곳도 많았습니다.
운전사 바로 뒤에 앉았는데 재밌더군요. 매달려 있는 형태이다보니 좌우로 많이 흔들립니다.
저의 GPS를 꺼내서 속도를 재보니 최고 속도가 43km/h 정도 나왔습니다.
한쪽 방향 역의 끝까지 갔다가 반대 방향으로 갈아타고, 다시 반대편 종점에서 내려서 되돌아 왔습니다.
결국, 왕복을 한 샘이었는데 시간은 1시간 10~5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90분 짜리로 사기를 잘했어요.
아래는 부퍼탈 북쪽의 종점역이었는데 안쪽에 전철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쉬베베반이 어떻게 매달려 있는지 확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쉬베베반은 관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퍼탈에 오면 자연스레 타야하는 교통수단이므로
더 친근하게 느껴졌고, 너무 귀여웠습니다. 그나마 짧은 여행의 맛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강 위와 시내를 관통하는 엄청난 철골 구조물들 자체는 좀 흉물스럽게 느껴집니다~!
도시 자체도 평지가 없어서인지 많이 삭막하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평가를 냉정하게 내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도시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지는 망설여집니다.
역 앞의 백화점에 들어가서 식당 층에 가보니 제가 먹을 것들이 많았습니다.
스시 2개, 타이 볶음면, 톰양궁(스프)을 11유로에 맛나게 먹은 것은 오늘 중 가장 잘한 일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중앙역의 인포메이션에 들어가 피나 바우쉬 박물관 같은 것은 없냐고 물으니
딱 잘라서 없다고 하네요. 그리하여 싱거운 오늘의 나들이는 너무 일찍 끝났습니다.
11시에 도착해서 2시 조금 넘어 기차를 탔으니 3시간 만에 끝났네요~! ㅋㅋ
부퍼탈 중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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