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걸쳐서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상암에 관심 있는 분야의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서 방문했는데, 버스를 타고 지나며 특이한 곳을 보게 되었다. 여름 숲으로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아, 포털의 지도를 살펴보았더니 <일본군관사>로 표기되어 있었다.
다음날, 정류장에 내려서 걸었다.
근린공원의 숲길을 잠시 걸으면 일본식 집이 나온다.
적산가옥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일본 군인들의 숙소인데, 상암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때 발견되어 이쪽으로 이축을 해놓은 곳이었다.
2개의 가옥만을 그대로 이축하였는데 일본군의 주거지였다는 것 외에 왜 이곳에 위치했는지, 특별한 용도 등은 밝혀진 것이 없다. 박원순 시장 때에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입구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교육장이고, 관리인이 상주한다. 처음 방문한 월요일에는 닫혀 있어서, 다음날 다시 가서 잠시 시간을 내어 둘러보았다.
안내판 등도 관리가 되지 않아 내용을 잘 읽기도 어렵지만, 공사장에 있던 일본군 장교 숙소를 이곳으로 옮겨놓은 것만이 유의미하다.
옆에 있는 건물이 박물관 성격이고, 당시의 일본주거 시설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다다미방, 다락 천장, 부엌, 화장실 등. 모형을 보면 이런 관사의 수가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그만큼 이쪽에 일본군이 많이 생활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이면서 북쪽으로 향하는 철로가 있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수탈의 목적으로 온 일본에 대해서 근대화론을 주장하고, 이를 옹호하는 듯한 현 정부의 태도와 자진하여 한국을 일본에 내놓고 있는 요즘의 현실이 느껴져서 더 마음이 아팠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교육용 패널 등을 만들어놓아 이곳의 활용목적은 알겠지만... 문제도 있다는 것.
안내하는 분이 밖의 수돗가도 보고 가라고 해서 건물 뒤에도 가보았다. 바로 옆이 아파트이기 때문에 다른 공간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로변에서 이 일본군관사를 바라보는데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현실이 있었다. 건너편에 외국인학교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외국인 학교가 두 곳이었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서양학생을 위한 외국인 학교이고, 하나는 일본인 학교라는 것.
건너편 정면에 일본인 (중고등)학교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 아이들이 보기에 이 일본군관사는 자부심을 느낄만하지 않는가?
게다가 일본인 학교가 먼저 있었고, 이후에 일본군관사를 이축하였다는 안내원의 말을 확인하고 나서는 "왜 이곳에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장소를 이전하든가, 식민지시대의 만행을 더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시설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인 학교 건너편에 일본군관사가 있다는 것은 누구의 교육을 위해서 좋은 것인지, 더워서 머리가 아픈데 더 혼란스러웠다.
대로를 건너 방송국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왼편 학교에서 일본말, 일본노래가 계속 들려왔다.
덥고, 답답하고,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어지러운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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