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금까지 살면서 안 해본 일을 하다가 괜히 몸도 마음도 바빴다.
7월 초에 다녀온 여행사진을 이제야 올린다.
카메라를 없애버린 탓인지, 블로그를 중단했다가 다시 해서인지
어디를 다녀와도 꼭 기록으로 남겨야하는지 의문을 가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나이가 훌쩍 들었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되어 꼭 블로깅하고 싶었다.
나는 20대에 매우 설악산과 둘레에 집착했던 것 같다.
다른 곳도 가봤지만 강원도 설악산 일대가 주는 느낌은 남달랐다.
그래서 여행 = 설악산(강원도)이 되었던 것 같다.
20대부터 운전을 시작하기 까지는 특히 령(대관, 한계, 미시, 진부)을 넘어다니 좋아했다.
일부는 고속도로가 없을 때이기도 해서 대중교통의 유일한 통로였겠지만
특히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넘어가는 길, 44번 국도에서부터 항상 감동을 받았다.
그러다가 30대에는 미시령을 넘은 기억이 없다는 생각에...
지난번에 다녀온 캠핑장도 마음에 들어서 특별한 목적지를 생각하지 않고 다시 길을 나섰다.
동홍천 IC에서부터 속초(양양)까지 이어지는 44번 국도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오히려 고속도로가 생긴 이후 국도도 새로 단장을 하였고, 왜 고속도로로 달려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시원한 길이 되었다.
미시령터널이 뚫린 후 내 기억 속의 미시령은 한동안 통행을 금지했었다.
이번에 이 옛길을 가려고 44번 국도로 운전을 하다가 촛대바위를 보면서 옆길로 빠져 이정표를 보게 되었다.
고갯길이 그리 구불구불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한적한 산길을 올랐을 때...
차에서 내려 멀리 속초바다를 보는 순간 울컥하고 가슴이 요동쳤다.
옆에 친구가 없었다면 아마도 혼자서 눈물까지 흘렸을 것이다.
그냥, 잊고 살았던 지난 20대의 방황스러움이 떠올랐고, 그렇게 살아낸 시간이 겹쳐 보였다.
풍경이 아름답기는 그날의 날씨가 더욱 쨍해서였을 것이다.
(돌아올 때도 미시령으로 왔는데 날씨가 이날만큼 선명하지도 상쾌하지도 않았다.)
작은 전시관의 글귀 하나하나 소중하게 읽었다.
과거에 있었던 휴게소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면서 지금과 같이 복원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미시령터널이 개통된 2006년 이후 나 또한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니...
터널과 고속도로의 편리함과 빠름 앞에서 아름다운 모습과 추억을 쉽게 내준 것이었다.
예전의 흔적이 남아있는 표석 등을 둘러보고, 올라온 용대리 방향의 푸름도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애썼다.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차를 멈추고, 복원된 전망대 부근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때의 건물과 휴게소가 뱉어내는 뽕짝 음악이 사라져서 더 좋아 보였다.
그리고 콘도와 리조트 단지에 접근하기 전 울산바위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앉아있었다.
사람이 없는 평일이어서 더 좋았을 것이다.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음식을 포장한 후 바로 강릉 쪽으로 이동하여 2박 3일을 바닷바람이 만드는 포말을 받으며 지냈다.
생골뱅이를 참 좋아해서 주문진항에 가서 쪄왔고, 덤으로 오징어회도 사 오고... 해삼은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필수!
왜, 어디에서, 무엇으로 들어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플라스틱 소주잔에는 캠핑이라고 쓰여있어서 아마도 장비가방에 담아둔 것 같다.
돌아오는 날도 미시령을 넘어서 44번 국도로 왔다.
용대리를 지나서 12선녀탕 입구로 들어가서 차를 세우고 다리 밑으로 내려가 잠시 물가에...
여름은 이래서 좋은 것이다.
44번 국도의 새롭게 단장한 휴게소는 미래형을 보는 것 같은데 식당이었던 곳을 인제군에서 스마트하게 단장하여 매장 부분은 외주를 주고, 전망대 건물은 시원한 개방형으로 해두었다.
항상 소양호를 감상할 곳이 사설영업장뿐이었는데 이런 휴게소가 새로 만들어져서 너무 반가웠다.
44번 국도에서 4계절 언제나 와도 좋을 뷰포인트가 생긴 것 같다.
"인제군, 너무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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