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을 비롯한 해안은 날씨가 예보와는 달리 비가 내리지 않는 것으로 변했는데 역시 대관령을 넘어오면서 바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겨울을 예고하는 비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아니면 11월 7일 입동이 지났으니 겨울비가 맞을 수도...
찾아갔던 막국수 집은 맛이 별로였다. 가볍게 올리는 맛집 소개들에 다시금 회의가 들었다. 여기에서부터 진부를 지나 용평리조트로 들어가는 국도는 운행하는 차가 없어서 중간중간 멈춰서 겨울비를 감상하기에 좋았다.
용평리조트의 시작은 1973년이고, 이 호텔은 1975년에 영업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주변 일대가 거대한 숙박단지가 되었다. 다양한 골프장 워터파크 외에도 놀이 시설과 돈을 쓰도록 만드는 시설이 많다. 이름도 모나파크로 변신 중이다. 솔직히 모 종교의 힘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건너편의 알펜시아리조트와 용평리조트를 비수기에 숙소로 정하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사람이 없을 때는 좀 무서울 수 있으므로 콘도보다는 호텔로 선택하는 것이 고려해야 할 사항일 수 있다.
숙소와는 별개로 알펜시아 리조트 일대의 동계올림픽 시설을 둘러보고 싶었다. 외국과의 비교도 하고 싶었고, 현 상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의중도 있었다.
알펜시아는 생각보다 작았고, 리조트의 형태라기 보다는 올림픽을 위해서 급조된 느낌을 받는 곳이었다. 스키 슬로프 자체도 짧고, 기타 등등.
일대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스키점핑타워에 오르는 것이 답이다. 사실, 매표소에 갔을 때부터 적잖이 실망을 하기 시작했는데 스키점프 대회장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스키와는 다르게 일반인이 즐길 수는 없는 종목의 한계를 보는 듯도 했다.
아래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후 왔던 곳으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 주차 바(bar)가 차 번호를 인식하고 열어준다. 대중교통과 뚜벅이를 위한 기준으로 관광산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 아닌가!!
비도 많이 내리고, 바람도 엄청 부는 날이어서 사람이 없었다. 타워 입구에도 관계자로 보이는 인간, 누구도 없어서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인당 4천원을 내고 약간의 공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도 타워에 올라가면 상인이 있으니 과감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된다.
주변 분위가와는 너무 생경하게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한쌍이 웃어준다.
내가 외국에서 본 스키점프 관광지와 너무 비교가 되는 것이 바로 엘리베이터에서부터였다. 이후 관광산업은 생각지 않고, 올림픽을 위해서만 급히 만들었을 것이 눈에 보였다. 할 말은 많지만 참기로...
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평창/대관령 방향으로는 유리 너머로 볼 수 있고, 알펜시아/용평 리조트 방향은 외부에서 조망할 수 있다. 상점이 있는데 사람이 없어서인지 좀 민망했다. 군/면에서 좀 더 신경을 쓰면 관광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내 기준에서는 참 안타깝다.
선수들이 점핑을 대기하는 곳은 진입을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옹색하게나마 사진으로만 볼 수 있도로 했는데 스키도 부러져서 앞부분만 사진을 찍었다.
전망대 뒤편을 외부로 나갈 수 있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날이라서 진정 날라가는 줄 알았다. 사진을 어떻게 찍은 것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알펜시아와 용평리조트 방향을 한눈에 보기 위해서 올라왔기 때문에 숙제하듯이 사진을 찍어왔다.
굽이굽이 지렁이 모양의 건물 뒤쪽의 왼쪽으로 용평리조트 골프장 코지스테이(Cozy Stay)가 보이고, 용평리조트의 가장 긴 슬로프가 출발하는 발왕산 정상부만 구름에 갇혀있다.
초중급 슬로프를 가진 알펜시아 리조트는 생각보다 귀여운 모습이다. 일대가 스키의 성지로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가득하다. 전 세계적으로 올림픽 회의론이 증가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설을 잘 활용해서 수익을 내도록 해야 한다.
약간의 공포감을 주고, 썰렁했던 타워를 내려오는 길만큼은 늦가을/초겨울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만의 매력이 있다. 그러니 이렇게 거의 매년 방문을 하지 않겠는가?
다시 돌아온 숙소에서 심상치 않은 강풍주의보와 빗속 풍경을 보며 '내일 과연 케이블카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을 했던 저녁이었다. 심란하게도 M 방송국에서 주말에 발생한 사고를 취재하러 와있었다.
용평리조트가 오래되긴 했어도 사계절 언제나 뭔가를 할 것이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물론 즐김의 지수는 개인의 경제적 소비와 비례한다.
식당이 마음에 안 든다면 대관령면으로 나가서 오삼불고기나 황탯국을 먹기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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