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강풍주의보가 계속 발효 중이어서 몇 번을 전화했다. 9시 조금 전에서야 발왕산 케이블카 사무실에서 운행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제부터 강원 산간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여서 밤새 바람소리가 매우 거칠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일찍 탑승을 서둘렀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정상부에 가면 눈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매우 즐겁게 20분의 시간을 탑승했다. 이 케이블카와 인연이 없었는지 이번이 4번째 시도였고, 이번에는 탑승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여행지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처음부터 끝까지 구름 속에 있다가 온 경험도 있어서 이래도 저래도 괜찮았다.
산의 능선이 보이다가 구름에 갇혔고, 앞의 흐릿한 건물을 보고 내릴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새로 건설한 스카이워크 따위는 사진으로 봐도 충분하고, 발왕산 정상부인 전망대까지 걷는 것이 목적이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스카이워크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안전 때문인지 관리자가 나와서 내 주위를 맴돌았다. 체감온도가 영하 8도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전망대 1층 카페에는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었고, 2층 레스토랑은 한적해서 앉아있기 괜찮았다. 언제 적 겨울연가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유럽풍의 대형 화로는 이국적이며 따뜻한 분위기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스카이워크가 건설되기 전의 전망대 사진을 한참 보았고, 계속 올라오는 케이블카에 탑승한 사람들도 관찰했다. 하늘이 열릴 가능성이 없어서 바로 걸어보기로 했다.
전망대 주변은 나무가 없어서 바람이 강했지만 500미터 정도의 산길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바람을 막아주는 나무의 '상고대'와 눈의 효과였을까?
멋진 상고대 터널을 지날 수 있는 길이다. 한겨울에 등산을 해도 이런 광경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은 첫눈과 함께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전망대 주변에만 머물다가 가기에는 아까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날씨가 좋았다면 주변 데크길을 포함해서 더 즐기다가 왔을 것이다.
주변과 잘 어울리는 평화봉이 있는 곳(정상)과 헬기장 사이의 작은 언덕길을 제외하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사실 등산도 아닌 마실 정도의 산길이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또 잠시 미끄러지기도 했다. ^^
사람들이 꽤 많이 올라왔는데도 건물 밖으로 나오는 인원은 많지 않았다. 11시 20분경에 내려가는 케이블카에 탑승했는데 내려올 때는 기상이 더 악화되었다.
발왕산 케이블카를 타는 곳, 위의 광고판 뒤쪽은 주말에 인명사고가 발생한 그 짚라인 구역이다. 이 사고를 취재하느라 전날 M본부 뉴스팀이 나와 같은 숙소, 같은 층에 묵었다.
놀러 와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특히나 더 안타깝다. 이번 사고는 용평리조트가 직접 영업을 한 것이 아니라 외부 업체가 들어와서 운영을 한 상황에서 일어난 것인데 이로 인한 안전관리 및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이 뉴스의 핵심이라고 여겨진다.
탑승장으로 내려왔을 때 평창 및 대관령 일대의 기온이 0~1도였다.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조심조심하며 운전을 했다. 원주 정도에 진입했을 때부터는 눈이 아니라 굵은 빗방물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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