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남양주에 있는 단종의 비 정순왕후의 능(사릉)에 다녀와서인지
영월에 있는 단종의 능(장릉)에 더 가고 싶었다.
조선왕릉 중 서울에서 가장 먼 곳에 있기도 해서
아침 일찍 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
고속도로 제천IC에서 나와 자동차전용도로로
제천을 지나 영월에 들어가기 직전, 바로 청령포가 보인다.
바람이 많이 불고, 서늘한 초여름 날이었기에 더없이 좋았다.
배가 더 엔틱하거나 황포돗배와 같았다면
내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넜을까?
가을에 또 영월에 올 일이 있을 듯하여
다음에 청령포에 들어가기로 하고, 어제는 그냥 조망하였다.
청령포는 국가지정 명승 50호이며, 조선 6대 왕 단종의 유배지였다.
단종(1441-57, 재위 1452-55)의 아버지 문종이
재위 2년 4개월 만에 승하하여 12세의 어린 아들은 왕위에 올랐다.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는 단종을 출산한지 하루 만에 승하하였기에
단종의 삶이 더 슬펐는지도 모른다.
숙부 수양대군(세조)에게 재위 3년(1455)에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된 단종은 사육신에 의한 상왕복위운동이 실패하자
1457년에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의 이곳, 청령포로 유배되었다.
당시에는 이곳에 기거할 수 있는 집이 있어서
호장 엄흥도가 매일 밤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 문안을 하였다.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로는 절벽을 이루어 섬과 같은 곳이
홍수로 물에 잠기면서 단종은 영월 동헌의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겼다.
그러나 같은 해 9월에 '금성대군 유'가 또 다시 단종의 복위를 꾀하였다.
금성대군은 세종의 6번째 아들로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세조)의 행동에 반대하였다.
거사는 관노의 고발로 실패하였고, 금성대군은 처형 당하였으며,
세조는 단종에게 사약을 내렸다.
1457년 10월 24일 유시에 단종은 17세의 나이로 관풍헌에서 승하하였다.
"수양대군, 당신 너무한 거 아니오?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 말년에 불교에 귀의하였오?"
영월과 뗄 수 없는 역사가 바로 단종의 유배와 승하인 것이다.
그건 그렇고, 배가 고파서 일찍 시장에 들러 끼니를 때웠다.
관공서 등이 깨끗하게 들어선 것 외에
영월은 10년 전이나 변화가 없는 듯했다.
차를 세워두었던 경찰서 담벼락에서
멀리 산꼭대기의 별마루 천문대를 보았다.
장릉에 도착하기 직전에 작은 호수가 보여서 그냥 들어가봤는데
이곳 또한 단종에 얽힌 설화를 소개하는 곳이었다.
장릉은 왜 입장료가 두 배일까? (성인 2천원)
입구에서 바로 단종의 능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고,
비각이 하나 있었다.
옆의 단종역사관과 재실을 지나 홍살문 쪽으로 걸었다.
숙종 25년(1699)에 건립되고, 1932년에 중건된 재실.(아래)
단종에게 있어서 엄흥도의 충절을 뺄 수 없다.
장릉 옆에는 엄흥도 기념관도 있었다.
홍살문에서 오른편 높은 언덕 위에 단종의 능이 있다.
단종은 1457년에 승하하였으나
중종 11년(1516)이 되어서야 이렇게 장릉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숙종 24년(1698)에는 묘호를 단종, 능호를 장릉으로 하였다.
홍살문을 나와 옆에 있는 계단길로 올라가면
능 바로 앞까지 가볼 수 있다.
능 좌우 옆의 긴 돌기둥(망주석)에 아무런 조각이 없다고 한다.
망주석이라는 기둥에 조각하는 것을 '세호'라고 하는데
조선왕릉 중에서 유일하게 이곳 망주석에는 세호가 없다고 한다.
능원이 전체적으로 관리가 아주 잘되는 곳이었다.
영월의 대표 명소이기에 더 그럴 것이다.
주차장에서 나와 옆에 있는 충의공 엄흥도 기념관 앞에 가보았다.
사약을 받은 후 강물에 버려진 단종을
거두어 끌어안은 엄흥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주차장 옆에 '내륙습지 물무리골'이라는 곳이 있어서
데크길을 따라 들어갔다가 거미줄에만 잔뜩 감겨서 나와버렸다.
연못 이정표를 따라 들어갔더니
연못의 물을 다 덮어버린 갈대숲이었다.
사람도 없고 해서.. 좀 무섭..
단종을 보기 위해 장릉에 왔다가
충신과 충절의 의미를 크게 배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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