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포털사이트에서 기사를 하나 읽었다. 경기도가 등록문화재 12건을 예고했는데 그중 6개가 건조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근대문화유산이란 건축한 후 50년이 지난 유물이나 공간 중 보존 필요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 전통문화유산은 '지정문화재', 근대문화유산은 '등록문화재'로 선정하여 관리한다.
50년이라는 기준이 짧기는 하지만, 왜냐면 독일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지은 집을 '새집'이라고 하기 때문에 50년 이상된 주택도 아주 많다. 우리나라는 근대화가 늦었기 때문에 대학과 종교에서 그나마 근대식 건축물이 자리 잡았고, 그 외에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건물이 다수일 것이다.
기사를 본 후 낯익은 파주시 법원읍의 한 성당을 알게 되었다. 갈곡리 성당!!
토요일 아침에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비가 오지 않아서 56번 도로를 타고 시원하게 운전을 해서 올라갔다. 새로 만든 도로가 법원읍까지 북쪽을 향해 올라간다. 이후 지방도로 내려와서 조금 더 들어가면 의미심장한 성당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364번 도로를 따라 3.5km 더 진행하면 (양주시) 효순미선이 미군에 의해서 끔찍하게 죽음을 당한 곳에 이른다. 지금의 한미관계를 생각하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만행이라고 생각한다. 갈곡리가 파주와 양주의 경계에 있다 보니 얘기가 잠시 본론에서 벗어났다.
성당 이정표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면 운동장 같은 주차장이 있다. 그곳에 갈곡리 성당이 있는데 주변은 공장이 많은 곳인데도 이곳만큼으로 참으로 평화롭게 느껴졌다.
작은 시냇물 소리가 주변의 소음을 잠식하고 있었다. 어릴 때 국민학교 운동장과 같은 곳에 주차를 한 후 몇 걸음도 안 뗐지만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강원도 홍천과 풍수원에서 박해를 피해 떠난 교우들이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6km 떨어진 우골(현 우고리, 우묵하게 들어간 골짜기)에 이주하였고, 1896년 김근배 바오로, 김연배 방지거, 박만보 베드로 가족이 이곳 '칠울'로 옮겨와서 정착하였다. 1898~1899년 서울대목구 약현성당의 성밖 사목담당 두세(Doucet) 신부의 통계표에 처음으로 '칠울'이 나타났다. 갈곡리는 칡이 많은 동네라는 의미의 '칠울'로 불리었다.
구한말 갈곡리와 신암리(양주시 남면) 일대에 교우들이 옹기를 만들어서 생계를 유지하며 교우촌을 형성하였는데 칠울과 우고리 등의 지역에 점토가 많았기 때문에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1899~1900년의 칠울의 신자수는 145명이었고, 1920년에는 186명이었다.
1954년 칠울강당 낙성식이 있었고, 1955년에 갈곡리공소 성전(현재의 건물) 낙성식이 있었다. 1998년 성전 지붕과 내부 보수공사를 하였으며, 2018년 8월 24일 갈곡리성당으로 승격하여 2020년 9월에 성전 종탑과 내부 보수공사를 하였다.
칠울강당 입구 쪽은 야외 카페이므로 옆 성당사무실에서 파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옛날 칠울공소(갈곡리성당) 출신의 남매 김정숙 마리안나(1903~1950) 수녀와 김치호 베네딕토(1914~1950) 신부는 공산당에 의해 희생되었다. 현재 김정숙 수녀는 '홍용보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순교자', 동생인 김치호 신부는 '신상원 보니파시오 주교와 동료 순교자'로 시복과정에 있다고 한다.
군부대에 의해서 세워진 구 포천성당(등록문화재 271호), 그리고 제주 모슬포성당과 같이 갈곡리성당도 군인(해병대)의 헌신이 있었다.
성당 둘레의 십자가의 길, 그리고 11시 미사 전에 신부님이 너무 빠른 걸음으로 계속 돌며 기도를 하고 있어서 잠시 눈을 마주쳤을 때 목례만 하고 말았다. 뭔가 할 말이 있었는데...
잠시 들어가서 소리 안 나게 한 컷 담아 나왔다.
다음에 또 방문할 생각이다.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차에 묻은 먼지도 씻기고, 내 마음도 씻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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