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오전에 종로에서 잠깐 일을 보고 출발하여 올림픽대로를 타고 양평으로 넘어갔다. 한가한 곳으로 크게 돌아 드라이브를 하며 마음을 좀 시원하게 열어주고 싶었다. 북한강을 따라 올라가는 일이 잦았는데 이번에는 남한강을 따라서 달려보았다. 지난 10년 간 고속도로도 생기고, 강 주변도 공원으로 단장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양평에 있는 별다방에 들러 둘러보았다.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느슨해진 듯하지만, 나는 하던 데로 사람을 많이 피해 다닌다. 바람이 시원한 3층 야외에 잠시 앉아있다가 왔다.
별다방에서 보는 남한강의 조망도 좋고, 봄이라서 푸릇한 기운이 잘 어우러진 괜찮은 다방이었다.
사나사 계곡으로 가다가 잠깐 길을 잘못들어 군부대 앞에서 차를 정차하고, 포탄으로 민둥산이 된 곳을 보게 되었다. 요즘에도 대포를 빵빵 쏘며 훈련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흰색으로 표적이 보이는 것을 보면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옆의 백운봉 아래로 사나사가 있다.
사나사에 간 이유는 융문산 너머의 용문사보다 한적하기 때문이었다. 20대에 가파른 용문산에 갔다가 별생각 없이 반대편으로 내려왔는데 중간 이후부터 완만한 산길이 이어지던 그곳이 사나사계곡(사탄천)이었다.
참으로 겁없이 혼자서 이곳저곳 등산을 다녔었다. 이제는 사람이 무섭기도 하고, 그렇게 혼자서 산에 갈 이유도 없어서 등산은 거의 안 하고 있다. 그래도 한 번씩은 등산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직 4월이어서인지 사나사 올라가는 길을 개방하고 있었다. 양평 함씨의 스토리가 담긴 사탄천을 따라 사나사 주차장까지 갈 수 있었다. 사나사가 용문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한 것은 역사적인 고증도 약해서일 것이다. 문화재가 있어도 기원이 명확하지 않고, 조선시대와 1900년대 초반에 사찰이 불타버리고 이후 재건되면서 더 역사적 기반이 뚜렷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이곳 한가한 사나사와 작은 계곡이 마음에 든다. 얼마나 한가했는지 이날은 스님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5월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왜 사람은 없었을까? 이곳저곳 공사하는 곳도 보이는 날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적하게 걸으며 물소리도 마음껏 들을 수 있었다.
산길도 잠시 걸어보고, 계곡에도 내려가 보고, 쭈그리고 앉아서 들꽃 사진도 찍고,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돌아왔다.
계곡이 넓지는 않지만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용문사 가는 길도 좋지만 이곳 사나사도 서울에서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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