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간단히 펴고 놀 수 있는 텐트를 하나 사놓았다. 코로나의 습격과 함께 일상이 정지되고, 나도 바쁜 일이 생겨나서 포장상태 그대로 보관을 하다가 이 텐트를 다시 팔아버릴까 며칠을 생각했다. 그래도 또 없으면 아쉬울 텐트라는 생각에 올해가 가기 전에 하루라도 펴보자는 생각에 캠핑장으로 왔다.
상표도 붙어있는 텐트를 개봉해서 간단히 설치하였다. 가장 높은 곳이 내 키를 넘어서 상부 고리를 거는 것이 버거웠을 뿐(처음에 걸어놓고 세팅을 시작하면 될 부분) 전체적으로 상당히 심플하면서 아우터 부분도 튼튼했다. 3계절용 텐트로 지내는 2박 중 밤과 새벽에 영하권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입구 쪽의 망사 부분만 텐트 소재의 비상용으로 막아주었다. 전기장판 작은 것을 하나 갖고 갔는데 잘 때는 따뜻했고, 1~2인이 안에서 테이블을 펴놓고 지내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요리를 하지 않으면 살림은 간소해진다. 잠깐 데피고 물을 끓일 도구 정도와 기타 술시를 보낼 용품과 음식이면 소꼽놀이 수준의 캠핑으로 적당하지 않은가?! 본격적인 캠핑은 안 할 것이므로 다양한 굿즈들에서 더 용품을 늘리는 일은 없다!
전체적으로 이동로가 잘 닦여 있어서 보드를 가지고 갔는데 파쇠석이 너무 많이 흩어져있어서 오히려 더 위험했다. 넘어질 뻔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멩이를 피하고 타는 것도 귀찮아서 많이 타지는 않았다.
밤에 쏟아지는 별을 보고 있으면 별자리도 빠르게 알아볼 수 있고, 별똥별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평일은 조용하고 괜찮았는데 금요일 오후부터 시끄러웠다. 조용한 이웃문화가 퍼지는 캠핑이지만 옆 이웃들은 정말 잘못된 만남이었다. 이제는 평수로 가늠해봐야 하는 거대한 집 짓기와 큰 소리의 영역을 넘어서는 소음권의 깔깔댐, 그리고 과시하는 듯한 행동들은 정말 피곤했다.
밤 11시에 일괄 소등을 해버리면 조용해지기는 했다. 금요일 저녁~토요일 새벽에 너무들 추웠는지 새벽에 잠자리를 어떻게 해보려는 분주한 소음도 자주 들렸다.
캠핑장 자체는 밤에 차소음이 거의 없다. 군부대 쪽이나 재인폭포 방면 모두 통과하는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차가 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근 연천과 전곡에 맛집도 여럿 있어서 점심은 먹으로 가도 괜찮고, 하나로 마트에서 장을 보기에도 좋았다. 이곳이 인기 있는 캠핑장이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평일 아침에 서리가 내려있었다. 멀리 보이는 다리쪽으로 산책을 갔는데 한탄강댐을 더 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한탄강댐 아래의 용화마을,
마을 자체도 평화롭고, 댐 아래의 시설로 운동복지 수준도 높으며, 옆으로는 협곡이 이어지는 수려한 곳이다.
다리 너머로는 통과할 수 없도록 군에서 통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왼쪽 댐 방향으로는 전날 시내버스가 올라가는 것을 보기도 했고, 마을 주민이 새벽 운동을 하러 걸어가는 것도 보게 되었다.
댐 자체의 수문이 많지 않아서 지난 여름의 기록적인 폭우에 댐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곳이다. 그로 인해서 위 재인폭포 쪽이 완전히 잠겨버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댐을 애초에 왜 건설했을까 하는 의문점을 품게 된다. 지어진 댐을 부술 수는 없으니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상부 자연도 보호하고, 강의 흐름도 유지할겸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옆의 수자원공사 건물을 보면 그런 일이 또 없을 것 같다.
물장사냐 자연유산보호냐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다리 옆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보는 댐과 협곡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른 아침시간, 맑은 하늘, 적당한 기온이 박자를 맞춰서 좋은 가을여행을 안겨주었다.
댐 옆의 박물관과 레저시설 등을 보고 있으면 소풍을 와도 좋을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골프/게이트볼을 하는 주민들을 보며 농촌복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했다.
정자에서 캠핑장을 내려보다가 아침 먹는 일은 생략하고, 사람 없을 때 댐과 재인폭포를 보러 나서기로 했다.
댐 정상까지 버스가 올라오는 곳이다. 이곳 전망대에서 재인폭포 방향으로의 조망이 가능하다.
멀리 재인폭포 들어가는 주차장 위까지 물이 차올랐던 곳이다. 폭포 앞 기물들도 다 파손되었고, 그로 인해 남은 댐 입구 쪽의 쓰레기는 누가 언제 치울 것인가?
댐에서 내려와 재인폭포에 갔는데 이전과를 다르게 조성이 되어 있었다. 주차장을 크게 마련하고, 협곡 위로 둘레길을 만들었는데... 계속 강조하지만 기록적인 장마철 폭우가 내리면 '댐으로 인해서' 고스란히 잠기게 된다. 그러면 또 파손되고, 물이 빠지면 또 건설하고를 반복할 슬픈 곳이 이곳이다.
재인폭포에도 출렁다리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왔었다. 협곡 밑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었던 육중한 철재 계단 구조물을 철거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이렇게 둘레길로 폭포 아래로 진입하는 것이 더 자연친화적이다. 물에 잠기면 다 없어질 데크길이지만...
바로 이것 때문에 유네스코 인증이 무색한 지질공원이다.
물에 잠겼던 재인폭포는 뻘(진흙) 때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의 반짝이는 절벽이 아니라 황톳빛 방수공사를 한 것 같았다. 안타깝다..
폭포 위쪽이 궁금해서 둘레길로 갔는데 폭포를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더 위쪽으로는 아직 조성이 완전하지는 않았다. 완벽하라고 말도 할 수 없다. 또 잠길 곳이니...
그래도 용암이 굳어서 바위가 된 계곡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었고, 연천의 지질환경을 더 가치 있게 만들었다.
꽃으로 지장을 한 이 곳에 재인폭포 관리소 등의 건물이 있었던 자리였는데 몇 마디 나누게 된 해설사 분의 얘기로는 물에 잠기면서 다 파손되었다고 한다.
재인폭포를 나오면서 보는 한탄강댐... 운전하는 도로보다 키가 훨씬 크다.
캠핑장을 나오던 날 멀리서 보는 한탄강댐.
37번 국도에서 재인폭포 방향으로 들어가는 길의 궁신교,
아래로 흐르는 한탄강 오른쪽이 아우라지배게용암 방향, 왼쪽이 좌상바위... 멋진 연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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