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적(궁·마을·성)

경기 파주| 고려국립호텔 혜음원(지)

스콜라란 2024. 10. 13. 13:37

작년 가을 정도에 이곳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날이 선선해지면 가봐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만 하다가 10월 초, 바람이 선선한 날에 다녀왔다. 고양시(고양동)에서 혜음령 터널을 지나 파주쪽으로 나오면 혜음원이 있다. 역사가들이 이쯤 어디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해오다가 관련 공부를 한 지역민에 의해서 발견된 장소이다. 사유지를 매입하여 발굴을 한 후 공원처럼 조성하였는데, 임의로 건물을 세우거나 하지 않고 자리 흔적만 보존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름은 과거의 국가숙박업명인 '혜음원'에 자리(site)를 의미하는 '지'를 붙여서 '혜음원지'라고 한다.

 

그리고 이 78번 도로를 계속 운전하면 내가 좋아하는 보물인 '파주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이 있는 사찰이 나온다는 것도 알았다.

 

 

1천여 년 전, 호랑이가 사람을 위협하는 고려시대에 고갯길 너머(서울 방향)로 가던 사람들이 묵어갈 수 있도록 나라에서 숙박시설 혜음원을 세웠다.

 

 

컨테이너로 구성한 관리동은 방문한 날 닫혀있었지만, 원지를 둘러보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공원처럼 잘 관리되기를 바란다.

 

 

전체적으로 땅이 물러서 외곽으로 걷기에는 조금 불편했는데, 영상 속의 성곽을 따라 계단길을 만들면 더 좋을 것이다. 운동화를 신고 바깥쪽으로 한가히 걷는데도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땅이 많이 파였다.

 

 

성곽이 있던 자리도 레고처럼 만들지 않고, 그래도 터만 잘 보존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너무들 건축 유산을 반듯하게 지어둔 곳은 사적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가공 역사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원지에 전망대가 두 곳인데, 아래쪽 전망대 옆에 기화를 쌓아둔 곳이 있다. 발굴 당시에 주변에 흩어진 기와를 모아둔 것이다. 1000년 전의 기와를 너무 무방비 상태로 두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옛 건물의 터만 있는 곳이지만, 재방문할 의향이 있는 사적지였다. 고려 왕실의 유적이면서 조선 시대 이전의 시공간 경험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터 자체가 조용하고, 한 바퀴 걷기에도 참 좋은 느낌을 받았다.